출범 한달 맞은 웨이브, 유료가입자 130만 순항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첫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WAVVE)’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공식 출범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실사용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다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공세에 맞서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안정화와 중장기적 콘텐츠 확보가 남은 과제로 지목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가 유료가입자와 실사용자 측면에서 출시 전후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웨이브는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이 결합한 통합 OTT 플랫폼으로, 9월 18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시장 분석서비스 ‘앱에이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웨이브는 안드로이드와 iOS 이용자를 통틀어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87만명을 기록했다. MAU는 월 1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순 사용자를 나타낸다.
이는 기존 옥수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푹과 비교하면 큰 증가세다. 웨이브 출범을 준비하면서 SK텔레콤 제휴 프로모션을 시작한 지난 4월 대비 MAU가 99만명에서 2배가량 증가했다. 우려했던 옥수수에서 푹으로의 이용자 전환이 나름 순조롭단 얘기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15일 개최된 제10회 ‘방송통신 이용자주간’ 행사에서 “웨이브가 잘 안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료가입자가 기존 70만 명(푹) 수준에서 최근 130만 명으로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유료가입자 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계속 증가 중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앞서 콘텐츠웨이브는 일일 유료가입자 순증 수치가 평소 대비 최대 4.5배 늘고 피크타임 트래픽도 최대 30% 이상 솟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성과는 독점 콘텐츠 효과로 인한 것이란 설명이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콘텐츠에만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중 100억원을 투자한 첫 오리지널 콘텐츠 ‘녹두전’(KBS)은 지상파 드라마 부진 속에서도 최대 평균 시청률 8.3%로 웨이브에서도 고객 유입 효과를 내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통상 OTT 이용자의 플랫폼 충성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시 초기 프로모션으로 인한 반짝 상승효과일 수 있다. 현재 웨이브의 가격 할인 정책(신규 가입 시 3개월간 베이직 상품 월 4000원)이 끝나면 유료가입자 증가세도 주춤할 수 있단 지적이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OTT는 그때그때 주요 콘텐츠나 가격 정책에 따라 가입자 이탈률이 높다”면서 “이용자 로열티가 낮은 OTT 시장에선 독점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절대 과제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만 봐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기존 이용자들은 웨이브 전환으로 인한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가격 등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웨이브의 앱 평점은 5점 만점에 1.8점으로 줄곧 하락세다. 웨이브가 경쟁사로 꼽은 넷플릭스의 평점 4.5점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단 서비스 개선을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일단 옥수수에서 최대 100여개 채널이 제공되던 것이 약 80개로 줄었다. tvN, OCN, Mnet 등 CJ ENM과 JTBC 계열의 실시간 채널이 대폭 빠진 타격이 크다. 오는 21일 계약이 만료되는 ‘IB SPORTS’를 비롯해 일부 스포츠 채널도 사라졌다.
그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웨이브는 베이직 7900원, 스탠다드 1만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 등 3종 상품을 제공한다. 넷플릭스보다 최대 16% 저렴한 요금이지만 기본 상품 기준 디즈니+(6.99달러)나 애플TV+(4.99달러)와 비교하면 한참 비싸다.
특히 그동안 옥수수를 사실상 무료로 이용하던 SK텔레콤 고객은 웨이브 전환 이후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데다 화질도 나빠졌다. 기존 옥수수 기본월정액 이용 시 풀HD 화질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본 HD급 화질로 봐야 하고, 풀HD를 보려면 최소 월 1만900원을 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가 사업 규모 대비 초기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추후 콘텐츠에만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만큼 국내 이용자 기반을 탄탄히 쌓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채널과 콘텐츠 확보 로드맵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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