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7일 ‘글레이스(Glace)’를 대외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글레이스는 글로벌 플레이스(Global Place)의 줄임말로 ‘지역정보로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입니다.
뚜껑을 연 글레이스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습니다. 네이버의 7개 CIC 중에서도 주목할 정도의 규모라고 보는데요. 네이버 지도까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조직개편을 거쳐 글레이스에 지도를 얹었습니다.
디지털지도는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지난 2016년,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논란에서 그 의미가 분명해진 바 있는데요. 분단국가 상황에서 안보의 위험성도 제기됐지만 우리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공간정보까지 넘어간다는 우려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 지도 데이터의 가치가 석유에 비교되곤 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여 뒤, 네이버의 미래 성장 전략의 한축이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바로 ‘글레이스’입니다. 글레이스를 통해 네이버가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지역정보에 공간정보까지 합쳐질 텐데요. 온오프라인에 산재돼 있는 정보 융합을 뒷받침할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도 나날이 발전 중입니다. 지난 27일엔 인공지능이 전화를 대신 받는 ‘AI 콜’도 공개했습니다. 내년부터 지역 소상공인에게 보급될 전망입니다.
지역정보는 네이버가 1998년도부터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역사가 꽤 깁니다. 무려 20년 동안 축적해왔는데요.
이러한 지역정보엔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이용자가 생산한 정보도 있을 것이고 지역에 뿌리내린 소상공인들의 사업 정보도 있습니다. 지역 소상공인들 정보는 2015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업종별로 특화된 정보를 담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네이버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면서 2019년 현재 지역사업자 등록 수가 290만개에 달하게 됐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자 정보를 인식, 검색에 곧바로 반영되는 등 글레이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네이버는 올해 안에 지도에 ‘도보 내비게이션’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더욱 반길만한 변화인데요. 네이버 글레이스가 다루는 예약 서비스와 연계해 외국인들에게 지역 맛집 등을 손쉽게 연결할 계획입니다.
외국인들은 내 주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무심코 또는 잘 몰라서라도 구글 지도를 켜게 되는데요. 한국에선 구글 지도 대신 네이버 지도를 쓰게 하겠다는 회사 측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글레이스의 지역 정보가 끊김없이 제공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네이버 지도의 유일무이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 CIC는 덩치와 경쟁력을 키워 네이버에서 최종 분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레이스 CIC도 언젠가는 분사를 고민할 텐데요. 글레이스의 경우 당장의 수익화 계획도 없을 뿐더러 지금 체제로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상당 규모의 수익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라지만 글레이스 CIC 분사가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 혁신도 기대가 되지만 지역정보와 공간정보를 잘 버무린 데이터 혁신은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오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