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美·中, 무역전쟁→환율전쟁…화웨이, 협상 지렛대되나

윤상호
- 美, 화웨이 무역전쟁 지렛대 언급…협상 장기화, 해외 이어 중국 사업도 위협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화웨이가 깡통폰 깡통PC에 이어 머리 없는 정보통신기기(ICT) 제조사로 전락할 위기다. 미국 제재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W)가 없는 기기는 팔릴 가능성이 있지만 SW도 없고 하드웨어(HW)도 부실한 기기는 팔릴 가능성이 없다. 소비자의 선택지는 열려있다. 화웨이는 중국 대표 ICT업체다. 사명은 ‘중화를 위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중화를 위해 중국과 미국 패권 갈등 속에서 전소할 것인지 소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업체가 화웨이와 거래하는 일을 금지했다. 화웨이 제품을 사서도 제품을 팔아서도 안 된다. 또 각국 정부에 화웨이와 관계를 재검토 할 것을 종용했다. 작년 화웨이 통신장비 보안 우려를 제기했던 것과 같은 논리다.

◆화웨이, “해외 업체 거래 중단 ‘소규모’” 동요 축소 안간힘=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화웨이는 독자생존을 천명했다. 미국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가 없어도 문제없다고 했다. 화웨이는 “도시바, 파나소닉, TSMC, 인피니온 등이 협력을 중단키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기업 입장을 공유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전히 심상치 않다. 미국과 관계를 우선한 다른 국가 업체의 이탈을 시작했다. 구글 서비스 제외는 화웨이 해외 사업을 흔든다. 영국 ARM의 기술 공급 단절은 화웨이 생태계 전반의 악재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도시바 파나소닉 TSMC 인피니온이 있어도 구글 ARM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구글·ARM, ICT제조사 필수 기술 보유업체 이탈 ‘가속화’=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고량 전망을 2억4110만대에서 1억5600만대로 하향했다. 화웨이는 작년 2억580만대 스마트폰을 공급했다. 이 중 중국 판매량은 1억510만대다. 사실상 중국 외 시장은 상실이다.

이는 구글 영향이다. 화웨이 주력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공개 OS다. 미국과 거래 중단과 관계없이 쓸 수 있다. 그러나 ▲메일(지메일) ▲지도(구글맵) ▲콘텐츠(유튜브) ▲애플리케이션(플레이스토어) 등은 구글 서비스다. 알아서 이용자가 구해서 쓰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해외 매출 감소 요인이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정부가 허가한 서비스만 쓸 수 있다. 자체 생태계다. 화웨이가 자체 OS와 앱으로 버틸 수 있다. 각국 통신사의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중단 배경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통신장비·PC·서버 등 사업 전 영역 ‘사정권’=ARM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코어 설계업체다.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 ▲미디어텍 등은 ARM을 바탕으로 AP를 제작한다. 화웨이 AP 브랜드는 ‘기린’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에 들어간다. 인텔 AMD 등이 만드는 x86계열 중앙처리장치(CPU)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두뇌’를 양분하고 있다. ARM계열 AP는 모바일 환경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제품별 최적화가 용이해 다양한 제품군에 쓰인다.

ARM이 없으면 화웨이 기린AP도 없다. 화웨이가 AP를 수급할 곳은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이 남는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을지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미디어텍은 대만회사다. AP 수량은 세계 1위다. 중저가폰 AP 전문이다. 중저가폰만으로 중국 1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오포 ▲비보 ▲샤오미 등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美·中 협상해도 기간 따라 충격 불가피…재발 우려 ‘상존’=통신장비 PC 서버 클라우드 등 다른 제품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인텔 AMD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실상 대체재가 없다. 주요 부품과 SW생태계를 화웨이가 구축해야 한다.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을 들인 결과물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해결책을 화웨이가 쥐고 있지 않은 점이 뼈아프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 견제 성격이 짙다. 단기에 끝날 사안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와 무역전쟁 중이다. 환율전쟁으로 확전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합의 일부에 화웨이를 포함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 결론이 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부정적 결론이 나면 나쁜 결과가 있다는 뜻이다. 협상기간동안 피해는 별개다. 이름처럼 중화를 위해 협상 지렛대가 된 셈이다.

◆美, 中 경제 위험요소 부각…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한편 화웨이의 미래는 중국 경제의 미래다. 미국이 이 카드를 화웨이에게만 쓴다는 보장이 없다. ICT 기업은 모두 사정권이다. 중국 업체는 미국이 정한 수준까지만 성장할 수 있다. 또 중국 제조업 기반을 흔든다. 중국 업체도 해외 업체도 중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것은 불안하다. 미국은 언제든 중국산을 관세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인건비가 싼 국가는 중국 말고도 많다. 공장이 떠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경제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구매력이 떨어지면 내수시장이 커도 소용없다. 물론 이 사태는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위협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