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네이버가 21일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에서 유력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거론되던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한 선을 그으면서 제3, 4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열기가 예상만큼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정부는 ICT업계의 요구를 들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참여 요건을 완화하는 '은산법'까지 개정했지만 정작 ICT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한 모양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ICT업계가 아직 기존 금융권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본질적인 경쟁력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지 못하기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네이버는 21일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 획득에 대해 계획된 것이 없다고 얘기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진행되는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금융사업 진출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은 ‘인터넷전문은행법’도 그 빛이 바래게 됐다. 이 법안에는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상 은행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지만 ICT 부문이 주력이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네이버, 인터파크 등 신규로 진입이 예상됐던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인데 취지와는 다르게 정작 ICT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인터파크도 18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진출을 유보하고 내실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파크는 첫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바 있어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 유력한 도전자로 주목받아왔다.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보다는 해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은 올해 대만에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를 설립할 예정으로 현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내년에는 일본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은 우리 나라 시중은행을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미 활발하게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다만 열악한 금융 서비스 환경을 단번에 돌파할 키워드로 ‘모바일 금융’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동일 선상에서 ICT업체와 기존 금융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플랫폼으로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라인’을 통해 금융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레드오션인 기존 금융시장에 굳이 뛰어들기 보다는 기존의 ‘네이버 페이’ 등 사업성이 있는 지급결제 시장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의 당초 예상과 달리 IC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가 좌초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전략에도 비상이 걸린 셈이 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비은행기업의 지분 한도 완화가 필요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법 통과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법 통과와 관계 없이 결과적으로 지난 1년여 간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대해 ICT업계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셈이 됐다. 네이버와 인터파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고사한 것 자체가 현 시점의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 법 개정 전까지 케이뱅크의 경우 대출 상품의 운영 및 중단을 반복해왔고 증자 등의 중요한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수신 상품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품구조의 한계도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비대면 전략 강화에 따라 더 이상의 차별화를 이끌어가기도 한계에 달했다는 관측도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모두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 영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존에 시중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영업기반과 마케팅 공세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으로 혁신 보다는 출혈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란 시장의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