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출현에 당황한 정부, 이젠 GPU 집착 버려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른바 ‘딥시크 쇼크’에 따른 최근 정부의 대응을 두고 “전시성 행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저사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량만 사용해 고사양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한 ‘기술력’이 이슈의 본질임에도 불구, 여전히 고성능 GPU 확보에만 집착하는 정부 정책이 이를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기술 부분에서 해외 기업들과의 종속적 협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자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미흡한 가운데, 이에 대응할 국가 차원의 묘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출신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는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R1’을 출시해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AI모델 'o1'보다 사양이 떨어지는 반도체 칩(H800)이 탑재됐음에도 불구, 부족한 사양을 보완하는 기술력으로 성능은 일부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딥시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AI모델 개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사실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진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를 수만~수십만 개를 확보해야만 고도화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안정상 교수는 “현 시점에서 딥시크가 국내 AI 서비스 기업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음미할 필요가 있겠다”라며 “왜 우리가 딥시크와 같이 지식증류(distillation) 기법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저비용 AI 모델을 개발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고성능 GPU 확보에 쏠린 정부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 방향을 트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전히 GPU 확보에만 집중한 정책은 정부가 여전히 관련 업계의 의견을 경솔히 여기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딥시크 출현 직후 정부의 GPU 확보 계획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유상임 과학기술정통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연내 GPU를 1만5000장 확보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연내 1만장, 내년 상반기까지 8000장의 고성능 GPU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정상 교수는 “정부는 딥시크 사태가 터지자 잘못 세운 계획에 대한 반성적 고찰은 물론, 예산 논의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GPU 확보 계획을 수정 발표했다”라며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의 행태도 그동안 정부가 실효성 있는 AI 기술 개발 중심의 정책을 경시한 탁상공론식 정책을 추진해 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국내 현황을 언급하면서 AI 원천기술 확보에 방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딥시크 출현 전후 국내 AI 서비스 기업들은 주로 해외 AI 기술 강자들과 손잡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이는 당장은 적은 비용으로 목전의 비즈니스에 연결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보유국에 종속되고 급기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봤다.
더욱이 당장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AI 분야 연구개발(R&D) 예산도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안정상 교수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한 국내 AI 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가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국가차원에서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AI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유망한 AI 기술기업에 대한 연구자금을 대폭 투입해 AI 기술 주도국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AI 정책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도 그는 봤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 AI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이는 5년 한시적 자문기구에 불과, 독자적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법정 정부기구로 그 위상을 격상 시켜야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새로운 법정 정부기구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닌 민간 단독 혹은 총리와 민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 부위원장은 민간인으로 지정하게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위원장이면 전문가 위원들이 솔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위원 구성에서 관련 기업의 대표, 변호사, 공기업 대표 등은 최소화하는 대신 전문가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그는 말했다.
이에 더해 국가 AI 원천기술 연구를 책임지는 ‘국가AI중앙연구원‘(가칭) 설립의 필요성도 안 교수는 역설했다.
이미 AI 분야 연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내 관련 연구자들을 분리시키는 동시에, 외부의 대학 또는 기업 연구소에서 전문 연구원을 선발하고 나아가 해외 우수한 연구자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상 교수는 “현재 민간기업과 연구기관 지원과 연결고리 역할 및 선도적 기증을 하는 독립적 국가 AI 연구기관이 없다”라며 “정부는 향후 4년간 인공지능 연구거점을 구축·운영할 수행기관으로 대학 컨소시엄을 선정해 AI 연구거점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정부 계획대로라면 급속한 AI기술 발전의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AI기술 선진화의 시기를 더 늦추게 되고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급속한 AI기술 진화 발전에 능동적이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려면 국가 전문연구기관 설립을 기획·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대학 연구소, 민간 및 공공연구소, 기업 연구소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국내·외 AI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공공기관·대학·AI 분야 기업 사이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전문연구기관이 설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AI 분야에서 활동하는 해외 고급(석박사급) 인재의 국내 환류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 스핀오프(spin off)’ 제도 활성화 등 산학연이 연계한 창업·취업 협력 기제와, 범국민 AI 교육을 위한 전국 지역주민센터 단위 ‘AI 복지사’ 제도 등을 마련할 것이 제안됐다.
안정상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의 우수한 AI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거나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 시카코대 폴슨연구소가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연구 환경을 최적화 하고 연구 성과에 대한 흡족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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