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소프트뱅크, 왜 적자나는 쿠팡에 2.2조원 투자했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대표 김범석)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인터넷 기업 투자 유치액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번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쿠팡은 매출 규모로만 따지만 현재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2조7000억원,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5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9500억원이다. 다만 주로 판매 수수료가 매출로 잡히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쿠팡은 직매입 상품 비중이 크다. 단순 매출 비교는 어렵다.
현재 쿠팡이 보유한 상품 셀렉션은 1억2000만종이다. 이 중 400만종은 다음날 배송되는 ‘로켓배송’ 대상이다. 직간접 고용인원은 올해 11월 기준 약 2만4000명이다. 전국 쿠팡 물류센터의 연면적을 합치면 축구장 151개 규모에 달하며, 자체 배송량만 해도 국내 택배업체 중 2위 수준이다.
최근까지 쿠팡의 이같은 외형성장은 다분이 ‘비정상적’ ‘무리한 투자’라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져 왔다. 주력 사업인 로켓배송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면서 매년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0억원, 2017년 6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적자만 1조8000억원 이상 쌓이면서 자본잠식, 매각설에 시달렸다. 투자액을 거의 다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올해 2분기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쿠팡 지분 전량을 7억달러(약 8000억원)에 비전펀드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우려가 증폭됐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5년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했으므로, 이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30% 낮춰 평가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소프트뱅크가 투자설명회 자료를 통해 기업 가치를 다시 상향하면서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대한 해석이 더 복잡해졌다.
결과적으로는 당시 행보가 이번 비전펀드의 20억달러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당시 평가가 쿠팡의 적자 탓이 아니라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국내와 국외가 쿠팡을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달랐다는 측면에서 쿠팡의 사업모델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벨류에이션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이번 투자 유치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1번가 투자 유치 당시 국내 이커머스 기업 벨류에이션이 망가졌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에 쿠팡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향후 다른 업체들의 평가 가치도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가 이커머스 업계 간 경쟁심화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쿠팡이 가격 경쟁이 아니라 물류 선진화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겠다고 밝힌 만큼, 경쟁 심화보다는 쿠팡은 ‘쿠팡웨이’로 나머지는 각자의 길로 가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이어질 막대한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올해 매출이 늘어난 만큼 적자 규모 역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유치가 아니라 '수혈'이라는 표현이 많이 거론되는 이유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3년 후 또 투자를 받아야 한다.
쿠팡은 올해 일반인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 등 신규 사업을 선보이면서 적지않은 프로모션 비용을 투입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쿠팡맨 1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도 공식 출범시켰다. 당분간 적자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투자금은 주로 물류 서비스 개발과 고도화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최근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신규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로켓배송 혜택을 강화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을 출시했으며, 신선식품을 익일 새벽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도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신선식품 외 일반 상품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11월 중순 식음료 사전 주문 서비스 ‘쿠팡이츠’도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료와 음식 등을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서울 잠실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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