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LCD(액정표시장치)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패널업체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까.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저조한 수율 등 문제로 OLED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대형 OLED 시장에선 후발주자 등장으로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 LCD와 대형 OLED 영역에서 고전하면서 OLED 전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매출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KTB투자증권의 김양재 연구원은 “2020년까지 LG디스플레이의 OLED 부문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OLED TV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POLED(플라스틱OLED)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POLED 사업 중장기 전망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며, 업계 증설 경쟁 구도 속에 추가 투자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CD 투자로 성장한 중국의 대표 패널업체 BOE도 한국 엔지니어를 영입하면서 OLED 전환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은 수율이 기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CD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1년간 약 40%가량 폭락하면서 LCD 업계에 큰 어려움을 안겼으나,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위츠뷰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현금 원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던 LCD 패널가격은 7~8월 들어 중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 패널 제조업체의 수급 조절 등 영향으로 하락세가 둔화하거나 소폭 반등했다.
향후 LCD 가격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하반기 성수기,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 전방산업의 재고 확보 등 여러 변수가 겹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김양재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이 (LCD 가격의) 유일한 변수지만, 두 업체의 전환 여부와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 투자 중인 OLED 라인의 양산 시점이 아직 멀다는 점이 문제다. 파주 OLED 라인은 2021년, 중국 광저우 공장은 내년 하반기에야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최근 대형 LCD 시장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즈 리서치는 글로벌 9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지역 출하량 기준으로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부터 초대형 TV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 패널업체의 10.5세대 LCD 투자로 대형 패널 생산 단가와 대형 TV 완제품 가격이 하락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60인치 이상 TV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2300만대, 내년 3000만대에 이어 2025년 540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점쳤다.
LG디스플레이와 BOE는 지금까지 LCD 업황 악화로 실적과 주가 모두 하락해왔으니 LCD 부문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이득이다. 만일 대형 LCD가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준다면 OLED 전환에 필요한 자금과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물론 LCD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우려가 여전한 만큼 OLED 전환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당분간 숨을 고를 수 있으나 이에 안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미 OLED 매출 비중이 70% 정도에 달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향후 LCD 부문 적자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KB증권(김동원 등)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 LCD 부문이 8K TV의 초대형 TV 패널 출하량 증가로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삼성이 대형 OLED 투자를 하려다 LCD로도 충분할 것으로 봤는지 안 했으나, 다시 투자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