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석] 베셀, ‘LCD→항공’ 주력사업 변경, 가능할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베셀(대표 서기만)이 기존 주력사업인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항공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LCD 산업의 하향세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베셀은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8 코스닥 미래성장산업 릴레이 IR'에 참가했다. 이날 회사 측은 기존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부문에서 새로운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고, 신규 사업인 경항공기 사업에서도 중국 업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LCD 산업이 앞으로도 사업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9년까지 LCD 사업 계획이 잡혀있다. 이후로도 (LCD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LCD위기론이 계속 제기돼왔으나) 여전히 지금도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다. 유럽에 가면 아직 LCD가 없는 나라가 많으며, 동남아시장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LCD산업이 하락세라는 인식이 퍼진 지 오래다. 중국패널사들도 LCD를 넘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쌓는 단계로 넘어왔다.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회사 측도 “항공사업이 당장은 매출이 크게 몇백억원 규모로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이 내려갈 때 항공 사업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항공사업 진출이 LCD 산업 하향세를 염두에 둔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 회사 주가는 작년 7월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신규사업인 항공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다만, 항공사업이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LCD 산업 하향세가 아직은 단기적으로나마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준은 아니다. 회사의 주요 매출처인 중국패널사들이 OLED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낮은 수율 등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 패널사향 LCD 장비 매출이 단기간에 급감하기 어렵다. 이날 회사 측은 총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가량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기존 고객사인 중국 패널사 BOE, CSOT, CEC Panda 외에도, 신규 고객사인 인핀테크(INFINTECH), HKC, KDX, 폭스콘(FOXCONN)과 장비 공급을 협의 중이다. 이미 지난 9일 회사는 인핀테크와 105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날 회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중국 신규 고객사(인핀테크, HKC, KDX, 폭스콘)와 맺을 수 있는 공급계약은 대략 4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신규 고객사 인핀테크, HKC, KDX, 폭스콘의 캐파(CAPA·생산능력)는 각각 60K, 90K, 60K, 90K다. ‘K’는 패널사 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매월 생산량(K=1000장)'을 뜻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6월 ‘제우스엔지니어링’으로 설립된 후, 2013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으며, 이후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는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Vessel Technology Co., Ltd.’가 있다. 2016년 경기도 평택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회사는 LCD나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자동 공정 라인인 ‘인라인시스템(In-Line System)’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인라인시스템은 LCD나 OLED 패널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공정 장비를 하나로 구축한 자동 생산 라인으로, 일종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설립 초기부터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LCD 인라인 시스템 사업이었다. 이후 OLED와 TSP로 사업을 확대하고, 베이크오븐(Bake Oven), 그라인더(Grinder) 설비, 디스펜싱(Dispensing) 설비 등 다양한 공정설비를 상품으로 추가했으나, 여전히 LCD 사업 의존도는 높다. 작년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LCD 사업군은 91.7%, OLED 사업군은 6.9%, TSP 사업군은 0.2%다.
회사는 신규사업으로 지난 2013년 12월부터 경항공기 개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초기 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향후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항공기 연구개발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일반 경량항공기 사업을 벗어나 다인승기, 무인기, 수상기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사업을 선점하면 독점사업이 될 수 있다. 인증 과정이 3, 4년이 걸리기 때문”이라며 “중국 쪽 업체들이 지금부터 항공사업을 시작해도 국제인증에 3, 4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과 드론 사업도 생각지 못하게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이 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상황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긴밀하게 중국 업체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매출이 크게 몇백억원 규모로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3, 4분기에 항공사업에서 일부 매출이 인식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 측은 현재 항공사업 인력 수가 26명이며, 관련 기술을 독일로부터 이전받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항공기를) 3대 제작한 상태이며 2대 정도를 판매를 위해 만들고 있다”며 “대당 2억원에서 2억3000만원 정도로 판매될 수 있다. 인프라인 활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쪽이 항공기에 관심이 많고 활주로 인프라가 잘 돼 있으며, 도입하려는 사인이 있다. 조만간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서기만 대표로, 지난 16일자로 1만7312주를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하면서 지분율은 22.87%(255만9196주)가 됐다. 특수관계인 3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23.63%(264만5196주)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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