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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40여년의 디자인투자, 바람 없는 에어컨으로 개화…삼성전자 서울R&D센터 가보니

윤상호
- 디자인 전문가, 1971년 2명→2017년 1500여명…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혁신 완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직접 바람을 쐬지 않아도 시원한 에어컨, 한 번에 두 종류의 세탁을 하면서도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는 세탁기, 시청을 하지 않을 때도 거실의 중심이 되는 TV, 손에 잡는 부분까지 화면으로 채운 스마트폰.

고정관념을 깨 호평을 받은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플렉스워시, 더 프레임, 갤럭시S8의 공통점은 ‘디자인’. 이 디자인은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 ‘서울연구개발(R&D)캠퍼스’에서 탄생했다. 1500여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디자인경영센터와 사업부 디자인 조직에 나눠 근무 중이다. 디자인경영센터가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과 방향을 잡고 사업부 디자인팀은 이를 사업부별 제품에 맞춰 현실로 만들어낸다. 19일 삼성전자는 서울R&D캠퍼스를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1971년 2명으로 시작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과 2005년 밀라노 선언을 통해 경영 전반에 혁신 동력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리와 느낌 등 사용자경험(UX) 전반에 대한 작업을 이곳 서울R&D캠퍼스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이돈태 전무의 설명. 기술을 앞서가도 디자인이 뒷받침해야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40여년을 거쳐 결실을 맺었다. 에어컨 세탁기 TV 스마트폰 기능은 쉽게 모방해도 철학은 금방 따라잡기 어렵다.

“디자인은 문화입니다. 한 회사가 전 세계 최고 디자인 회사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외적인 면에선 전 세계 디자인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지만 전 세계 고객이 한국을 보는 시각을 녹여내는 면에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인도 일본 브라질에서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인도에서 첫 선을 보인 ‘액티브워시’ 세탁기, 한국에서 처음 시판한 무풍에어컨은 문화를 제대로 디자인에 반영하기만 하면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무풍에어컨은 스탠드형으로 시작했지만 전 세계 고객을 만나기 위해 벽걸이형까지 진화했다. 한국에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올 상반기까지 누적 55만대가 팔렸다.

“무풍에어컨을 우리끼리는 메탈 죽부인이라고도 부릅니다.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을 싫어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쉬폰같이 통기성이 좋으면서 내구성을 갖춘 소재를 찾다 프리미엄 스피커에 쓰는 메탈 매쉬까지 왔습니다. 또 월식과 일식을 모티브로 한 원형 바람문, 찬바람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3도 기운 디자인 등 5년 동안 많은 고민을 통해 나온 제품입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송현주 상무는 기능과 디자인의 조화를 무풍에어컨의 강점으로 꼽았다.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역시 조화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모두 디자인 역신을 생산 혁신으로 이어간 대표제품이다. 무풍에어컨을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1mm 수준 13만5000개 구멍을 금속에 뚫을 수 있었기 때문.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정밀금형개발센터가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이 집의 인테리어와 어울림,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홈 익스피리언스랩도 운영 중이다. 실제 가정과 같은 환경에 삼성전자 제품뿐 아니라 경쟁사 제품까지 배치해 다양한 시험을 하는 공간이다.

한편 향후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혁신을 만날 수 있는 제품은 어떤 것일까. 삼성전자는 신제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전무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제품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언급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물인터넷(IoT) 관련, 하만과 협업한 비즈니스 영역 등 기존에 삼성전자가 만들지 않았던 제품 쪽에 관해 R&D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많은 영역의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융복합하면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곧 만나겔 될 것입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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