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도체, 지도 없는 항해의 시작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한계극복을 위한 연구개발(R&D)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이 한창이다. 이론적으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가격이 높아진다는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은 이런 점에서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혔다.
반도체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춰야 하는 과제는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미세공정 구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골치다. 특히 포토리소그래피라 부르는 노광 장비의 개선과 패터닝 소재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더 미세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는 해상력(解像力, resolution)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광원 파장(λ), 공정변수(K1), 렌즈 수차(numerical aperture, NA)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세공정 개선이 어려웠을 때마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기술 덕분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예컨대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거나, 더블 혹은 쿼드패터닝을 사용하거나, 빛 파장이 13.5nm에 불과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도입하거나, 화학적 패턴 형성 방식인 DSA(Directed Self-Assembly)를 이용하거나 하는 것이 몇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NA는 새로운 소재의 부재로 더 이상 도입하기 어렵고 K1은 원가상승의 부담, λ의 경우 광원의 출력부족과 낮은 효율성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면 반도체 미세공정에 한계가 닥칠 때마다 원활한 위기탈출이 가능하도록 이끈 원동력은 결국 소재였다.
노광 장비에서 i-라인(365nm)에서 불화크립톤(KrF, 248nm)으로 바뀔 때 화학증폭형(CAR) 소재가 도입됐고, KrF에서 불화아르곤(ArF, 193nm)으로의 진화에서는 메타크릴산염 고분자가 힘을 보탰다. ArF에서 EUV로의 전환에서도 소재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계극복을 위한 R&D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서 적용시키고자 하는 노력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협업이다.
과거에는 명확한 로드맵에 따라 패터닝 소재를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 패터닝 소재는 EUV 성공을 위한 고감도 감광재료(Photo-Resist Chemistry, PR)와 산화코발트(CoO)향 신소재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투입될지 가늠키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칩 업체와 설비 소재 업체의 협업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자는 실리콘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적어도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부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반도체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로운 키워드가 일상생활을 혁신시키는 원동력에는 반도체가 밑거름이 됐으며 당분간 바뀔 기미도 없다. 따라서 반도체 한계극복을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넘어선 협업이 앞선 논리가 되어야 하고, 이 부분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어야만 진화를 앞둔 반도체 시장을 이끌 것이 확실하다. 지도가 없는 바닷길을 건너기 위한 ‘초연결 시대의 성공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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