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2016년 다시 시작하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금리인하영향 등으로 새해 벽두부터 세계 증시가 1주일만에 약 5000조원이나 순식간에 증발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작년 말 단행된 미국의 금리인상의 여파다.
이런 와중에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6’이 지난 8일(현지시간)에 막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기업들이 주도했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 드론이 3대 트렌드로 꼽혔다. 한국의 삼성과 LG가 CES의 각종 상을 휩쓸었는데도 미국과 중국기업들에게 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은 휴대폰, TV등 현재 판매되는 단품위주의 제품과 가전제품 중심의 사물인터넷 정도만을 전시한 반면 미국과 중국기업들이 차세대 신사업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이러한 위기감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첫째. 기존 산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를 주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 놓아야 한다. 조선산업을 사례로 들면 현재 유가하락과 해양플랜트사업으로 인해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영층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발상의 전환을 해본다면 비행기의 자동항법기술을 도입해 선박운행 인력을 대폭 줄인다던지 초고속 유조선을 개발하는 등 후발주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또는 고급요트나 크루즈선 등의 신시장에 진입하거나 로봇 등 기반기술을 활용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배우고, 필요하면 관련회사를 인수합병(M&A) 해야한다. 자기의 틀과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다른 사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둘째, 현재 미국과 중국에 뒤쳐져있는 주력 신사업 분야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쫓아가야 한다. 미국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넷플릭스, 테슬라모터스, 스페이스X 등 주력회사가 거대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등 간판회사들을 앞세워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선진국이 사활이 걸린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약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늦었지만 우리도 전열을 재정비해 추격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업무실적 평가방법, 일하는 방법 등을 기존의 제조업체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소프트한 경영방식으로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단순 하드웨어와 제조경쟁력만을 가지고 뒤쫒아오는 후발기업들의 추격을 이겨낼 수 없고 차세대 신사업을 주도해 나가는 미국 등 선진기업을 추월하기는 사실상 버겁다.
앞으로 인터넷과 모바일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현재의 초기단계인 사물인터넷(IoT)이 발달돼 본격적인 커넥티드 사회(connected Society)로 변화될 것이다. 자동차, 냉장고, 로봇 등 사물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 그리고 사람까지도 연결되는 현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 전개 될 것이다. 벌써부터 유통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전환되고 있어 오프라인 기반이 기업들이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정신만을 강조한다. 지금이라도 한국의 성공한 리더들이 바뀌어야 되는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구글이 지난해에 조직의 긴장감과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알파벳이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킨 것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한국 휴대폰 업계가 애플과 중국기업들에게 두들겨 맞는 샌드백 신세가 되고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조직을 분할해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올 공격적인 조직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는데 과거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국 퇴출되는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은 전략과 전술로는 생존할 수 없다. 미래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할 일이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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