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지역은행의 IT혁신, 시험대에 오르다
[금융IT 스페셜 리포트] 2015년 지역은행의 IT혁신, 시험대에 오르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역 금융그룹들의 IT투자 행보가 경쾌하다.
BNK(구 BS금융그룹), JB, DGB 등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금융그룹들이 기존의 ‘지역 금융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천억원대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거리낌없이 추진하던 시중은행들과 IT예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지역은행은 한 때‘저축은행 수준 아니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최근 지역은행의 IT투자 분위기의 반전은 격세지감이다.
또한 지역은행들의 이같은 IT 역동성의 회복은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금융IT 시장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물론 ‘IT 역동성의 회복’이란 것이 당장 지역은행 IT예산의 대폭적인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로선 침체됐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긍정적인 전환, 그리고 공격적인 IT투자 전략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지역은행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거나 외형을 커지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분석이다.
부산은행을 모태로 하고 있는 BNK금융그룹 경우, 지난해 10월 우리금융그룹 소속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총자산 78조원으로 외형이 커졌다.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그룹중에서는 최대 자산규모다. 올해 2월에는 사명을 기존 부산은행의 이니셜인 BS금융그룹에서 BNK금융그룹으로 새롭게 바꿨다. BNK는 ‘베스트 넘버원 뱅크’의 이니셜이다. 직설적인 작명이지만 ‘지역에 안주하지는 않겠다’는 결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부산·경남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BNK금융그룹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투 뱅크(Two Bank)전략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전국 브랜드화를 추구하고 있다. 당연히 IT전략의 방향성도 거기에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을 근거지로 하는 JB금융그룹은 전북은행을 모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명실 상부하게 호남을 대표하는 금융 브랜드로 한단계 더 성장했다. 역시 JB금융그룹도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수도권 점포 확장 등 전국 금융 브랜드화를 꿈꾸고 있다. 현재 JB금융지주 산하에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이 포진돼 있다.
◆지역은행, IT인프라 확장 경쟁 = 지역은행들의 차세대시스템 전환은 대부분 이미 1~2년전에 완료됐다. 다만 차세대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인 5, 6년전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하려면 그래도 구색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방어적 논리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IT인프라의 질적, 양적 확장을 동시에 갈구하고 있다.
물론 지역은행들은 지역내에서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경쟁상대는 시중은행이 아니라 탄탄한 점포망을 갖춘 농협을 꼽는다. 시중은행급의 IT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금융서비스의 수준을 1차적으로 거기에 맞추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된 분위기는 지역은행들의 올해 IT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표참조)
먼저, JB금융그룹으로 소속이 바뀐 광주은행은 올해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약 4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이르면 4월중 사업자 선정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은 JB금융그룹이 계열 은행의 물리적 통합없이 ‘투 뱅크 체제’로 가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없다. 앞서 광주은행은 올해 2월 전산센터도 서울에서 광주로 이전시켰다. 전산센터 이전을 통해 지역 IT관련 업체들의 매출 증대를 기대된다. 같은 그룹내 전북은행은 지난 2013년 차세대시스템을 완료한 바 있다.
물론 광주은행은 우리금융그룹 시절에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고려한 적이 있지만 시스템 고도화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7년, 업무처리시간 단축 및 무장애 무중단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신시스템인 ‘KEOS’ 오픈이 그것이다.
한편 JB금융그룹의 모태인 전북은행은 올해 스마트금융 전략 강화를 IT전략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점포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고, 스마트금융을 통한 대고객 마케팅과 채녈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관련하여 태블릿뱅킹, 포터블브랜치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금융 강화 전략을 구상중이다. <!--[endif]-->
부산은행의 IT투자 행보는 가장 공격적으로 평가된다. BNK금융그룹의 외형이 커지면서 기존 데이터센터로선 지원이 어려워짐에 따라 1000억원 규모의 ‘부산은행 통합전산센터 건립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미 부산시 강서구 미음단지에 2015년 12월 준공, 2016년 9월 가동을 목표로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이 통합센터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S캐피탈, BS저축은행, BS신용정보 등 계열사의 IT자원이 모일 예정이다.
앞서 부산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이어 지난해에는 200억원 규모의 ‘신인터넷뱅킹시스템’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닷넷 기반의 OS에서 자바(JAVA)기반의 최신 e뱅킹 서비스 체계로 전환했다. 올해는 이러한 e뱅킹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마트 금융 전략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부산은행은 핵심 IT사업 과제로 저비용 고효율 채널전략을 위한 ‘스마트금융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IT본부에 별도의 스마트금융개발팀을 구성했으며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연구반’도 개설했다.
대구은행을 모태로 하는 DGB금융그룹도 IT역량 확대에 대한 방향성은 다른 그룹과 차이가 없다. DGB그룹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을 출범시키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룹내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장된만큼 IT 인프라의 고도화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올해 주목되는 IT프로젝트는 17개월의 일정으로 추진되는 대구은행 정보계시스템 고도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명칭은 ‘iNexPia’로 정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정보계시스템 부문의 역량을 혁신하기 위한 차원이다. 마케팅효율성 극대화와 정보분석 역량 제고, 고품질의 통합데이터 제공을 위해 CRM 고도화, EDW 구축, 데이터 전략체계 수립, 아키텍쳐 고도화 및 빅데이터 활용 등 5개 영역으로 진행된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 2011년 계정계 중심의 차세대전산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어, 이번 정보계시스템 고도화는 사실상 2단계 대구은행 차세대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은행 ‘IT 예산’ 어떻게 확대할까 = 혹자는 ‘지역은행이란 명칭도 이제는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지역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고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외형을 갖추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보다 아직은 냉정한 시각이 더 많다. 지역은행들이 더 강한 금융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지금보다 IT인프라를 강화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IT측면에서 보자면, 지역은행들이 가지는 약점은‘IT예산과 인력’, 두 가지 요인이다.
광주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의 경우, 현재로선 총 투입예산이 400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시중 은행의 차세대 사업과 비교했을 때 매우 격차가 크다. 과거 지역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과 비교하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IT예산이 여유가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IT예산의 경우 현재 국내 지역은행들의 IT예산의 시중은행에 비해 외형상 여전히 3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이는 인프라의 외형(규모) 차이에서 오는 절대 비교이고, 이를 제외한 ‘순수 IT투자비’만 놓고보면 시중은행과 지역은행간의 IT예산 격차는 이 보다는 많이 줄어든다는 반론도 타당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시중은행들과 지역은행들과의 실질적인 IT예산 격차는 존재하고 이는 지역은행의 역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역은행들이 시중은행을 뒤따르는 전략을 펴는 것은 결국 IT예산의 규모에서 기인한다. 차세대시스템, ERP, BPR, e뱅킹시스템, 스마트 브랜치 등 주요 IT투자 항목들은 거의 예외없이 시중은행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역은행의 한 IT 기획담당자는 “기존 IT예산규모에서 20~30%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한다. 외연이 확장되고는 있지만 시중은행들과의 IT경쟁이 여전히 고단한 이유다.
IT예산을 당장 폭넓게 증액할 수 없다면 이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IT운영의 효율성’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밖에는 없다. 예를 들면 그룹내 IT자원의 통합운영, 시스템 개발시 중복투자의 최소화, 유휴전산장비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찾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현실적인 제약은 존재한다. 현행 금융IT 보안규정상 우리FIS의 경우처럼 금융그룹내 IT조직을 통합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룹내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개별 금융회사가 자체 IT인력을 50%이상 보유해야한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 IT정책 기조가 ‘자율’로 바뀐만큼 이같은 기존의 엄격한 금융IT 감독 기준이 점차 완화될 지 관심이다.
◆지역은행 IT인력 육성, 역시 시급한 과제 = 한편으론 지역은행이 IT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IT예산과 같은 수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IT인력의 질적, 양적인 확장도 동시에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역은행의 IT인력 역시 평균적으로 100~120명 (정규직 기준)수준으로, 시중은행의 30%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숫자다. 이러한 IT인력 수준으로는 종합금융그룹에 걸맞는 IT인프라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기존 레거시 업무 외에 이제는 스마트금융, 채널 비즈니스 등 IT인프라의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IT직원들의 역량 업그레이드도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는 시중은행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IT 인력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키우면 기존의 적은 인력으로도 IT 역량을 더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들면 IT인력 육성의 문제, IT인력 자질의 고급화 문제, IT 조직문화의 견실화 문제 등과 직결된 것이다.
또한 IT인력의 문제는 IT품질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지역은행들이 IT프로젝트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것은 외주 개발인력의 확보다. 같은 값이면 지방 근무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부 IT직원들의 역량으로 이를 커버해야한다.
한편 BNK, DGB, JB 등 금융그룹은 각각 IT자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IT계열사들의 역할은 기존 금융지주회사계열 금융그룹과 동일하다.
기존 사례를 보면, 금융그룹내 계열사 IT부서와 IT계열사와의 관계가 ‘건전한 긴장관계’로 설정되기까지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IT계열사의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기위한 역량 확보도 당연히 이뤄져야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렵고 힘든 도전이다. 팽창 전략과 함께 지역은행의 IT혁신 전략도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 오르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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