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고도화된 셀프뱅킹…미래형 ‘무인점포 전략’ 구현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기자] 금융권의 ‘점포 전략’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다. 금융회사가 PI(프로세스혁신), BPR(후선업무집중화)시스템 도입을 결정하면, 결국은 일선 점포에서부터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가 시작된다. 나아가 창구 직원의 고용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IT사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불황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업종에 걸쳐 점포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단행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최근 3년간 약 30~40% 정도의 점포 통폐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점포의 통폐합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기존 점포를 혁신적으로 리모델링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셀프 뱅킹’(Self Banking)이다.
사실 ‘무인점포 전략’은 금융권에선 생각보다 꽤 오래된 주제다. 완전히 무인화된 점포 또는 최소의 텔러가 존재하는 반 무인점포는 이미 20여년부터 은행권에서 나왔던 시나리오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같은 무인점포 전략은 국내 금융권에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입출금 및 계좌, 이체 및 조회 정도의 단순기능을 제공하는 ATM을 무인점포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ATM이 설치된 무인자동화기 코너 조차도 창구인력의 대체효과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월임대료와 ATM 기기의 감가상각, 현송 및 경비 등 월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셀프뱅킹 = 무인점포’, “ROI가 걸림돌”
셀프뱅킹은‘고객이 스스로 뱅킹업무를 할 수 있는 IT인프라’로 정의된다. 몇 년간 은행권에서 유행했던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는 셀프뱅킹의 최신 버전이다. 스마트 브랜치 이용고객은 직원의 도움없이도 ‘스마트 ATM’과 같은 특화된 자동화기기서비스외에 원격 화상상담을 통한 금융 및 세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 브랜치’는 결코 범용화될 수 없는 서비스로 판명이 됐다. 실제로 은행권은 더 이상 스마트 브랜치 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 뱅크’라는 홍보효과외에 스마트 브랜치의 ROI(투자수익율)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권은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고객에게 품질높은 범용 뱅킹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금융권의 주목을 끌고있는 것이 신한은행의 ‘셀프 뱅킹’ 구현을 위한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 도입 프로젝트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스마트 브랜치보다는 화려하지 않으나 기능적으로 고도화된 셀프뱅킹시스템이다. 유인 점포에서 제공되는 입출금 서비스부문을 일단 셀프뱅킹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점차 시스템의 확장성을 고려하면서 기존 유인점포의 무인점포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완전한 무인점포보다는 셀프뱅킹으로 대체가능한 일부 업무를 중심으로 시스템화가 가능한 지 여부를 파악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의미를 가지려면 구축비용은 기존 ‘스마트 브랜치’보다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기능적으론 고객 스스로가 웬만한 뱅킹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신한은행, 노틸러스효성 선정… 셀프뱅킹 개발 추진
신한은행은 최근 노틸러스효성을 ‘디지털 키오스크’ 프로젝트의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시스템 개발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노틸러스효성과 LG CNS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LG CNS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틸러스효성은 그동안 신한은행의 ATM 주공급업체였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오래전부터 무인점포와 관련한 솔루션을 준비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원래부터 이 사업의 수주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었다.
프로젝트 추진 일정과 세부 개발 계획에 대해, 신한은행측은 홍보실을 통해 ‘공식적인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다소 민감하게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일정은 요건분석과 설계, 개발, 테스트를 올해 8월까지 완료하고 이후 1개월간의 안정화 기간을 가진 후에 본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시스템 레이아웃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외로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사업의 시스템 개발 요건을 보면, 기존 은행 점포에서 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가 망라돼 있다. 고객처리시스템, 보인인증 프로세스, 화상상담시스템, 페이퍼리스 처리, 카드 및 통장발급 등 세세한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있다. (표참조)
◆ 새로운 ‘셀프뱅킹’모델, 은행들 따라할까
신한은행은 전통적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전자금융을 가장 중시했던 은행이다. 셀프뱅킹 인프라 뿐만 아니라 앞서 모바일 브랜치 활성화에도 상당한 열의를 보여왔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만약 신한은행이 ROI가 확보된 새로운 형태의 셀프뱅킹 모델을 구체화한다면 곧 경쟁적으로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렇더라도 은행마다 셀프뱅킹의 강도와 형태는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KB국민은행처럼 전통적으로 리테일 뱅킹 비중이 크고 고객군이 범위가 넓은 은행의 경우 셀프뱅킹 고도화를 추진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따를 것이란 예측이다.
또한 유인점포와 무인점포의 중간형태, 복합점포 등 점포의 형태가 시장의 환경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나의 정형화된 셀프뱅킹 모델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이 셀프뱅킹 모델을 구체화할 경우 이에 대해 특허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과거 경험상 이같은 금융권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홍보효과 이외의 실효성은 없었다.
한편 ‘기술적으로 셀프뱅킹을 구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 금융IT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우리와 금융거래 및 업무 환경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이 무인점포가 십 수년전부터 선보인 바 있다. 전자문서 솔루션과 인감 이미지 처리, 본인인증에 필요한 생체인식 적용 프로세스 등은 일본 금융권에서 비교적 오랜기간 동안 기술적인 검증을 거쳤다. 이미 국내 은행권에도 여러차레 소개됐기 때문에 실무적이거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생경한 부분은 덜하다.
◆셀프뱅킹과 무인점포 전략,‘불확실성’여전히 존재
‘셀프뱅킹’은 언뜻보면 기술적으로나 비즈니스 모델로서나 은행권이 부담없이 택할 수 있는 차세대 점포전략중 하나로 간주된다. 그러나 “셀프뱅킹 시스템 도입에 따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적지 않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리스크다. IT업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셀프뱅킹시스템에 대한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일단 노틸러스효성은 신한은행이 요구하는 셀프뱅킹 시스템은 구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틸러스효성이 초기 투자 비용을 정상적으로 회수하고, 동시에 은행권을 대상으로 셀프뱅킹 시스템 시장을 확장하면서 R&D투자를 하는 선순환 고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 은행들도 셀프뱅킹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해야 노틸러스효성은 이 사업에 뛰어든 실익이 생긴다. ATM시장의 경우, 이미 저가 경쟁으로 시장이 황폐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이다. 셀프뱅킹시스템 시장에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ATM업체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R&D투자에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틸러스효성의 경쟁사인 LG CNS는 이번 신한은행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노틸러스효성보다 셀프뱅킹시스템 부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LG CNS의 수주 가능성 자체가 낮았던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사업성 자체가 불확실한 것도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LG CNS도 셀프뱅킹 사업이 확산되면 솔루션을 제공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농협 등 LG CNS가 깅세를 보여온 주요 고개가를 데상으로 파일럿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업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결국 셀프뱅킹의 사업성은 은행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셀프뱅킹시스템이 과연 기술적으로 기존 유인 점포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기술적으로 기존 유인점포를 완벽하게 대체한다 하더라도 금융거래 문화의 관성 때문에 고객들이 셀프뱅킹으로 전환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밖에 ‘단순히 창구이 일부 업무만을 무인화로 대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문화적 리스크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기반의 모바일뱅킹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서비스 스펙과 고객의 니즈가 정확하게 부합됐기 때문이다.
셀프뱅킹의 경우도 기기에 익숙한 3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겠지만 그 이상 사용자의 외연을 넓히지 못한다면 ‘스마트 브랜치’처럼 특정 거점을 중심으로 한 파일럿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셀프뱅킹이 ‘점포 전략의 차세대 모델’으로 부상하게 될지, 아니면 ‘태풍 속의 찻잔’에 그칠 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쉽지 않다. 또한 셀프뱅킹은 그 속성상 창구인력 대체 시나리오를 포함한 점포전략을 건드려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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