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앱, 민간이 하게 둬야…정부는 데이터를 잘 오픈해달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개발에 대한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27일 사단법인 오픈넷(pennet.or.kr)이 테헤란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스타트업 가버넌스, 공공성인가 생태계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의 제목은 거창했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민간이 만든 서비스를 베낀 정부에 대한 성토’와 ‘시장성 없이 배포만 이뤄진 중앙행정기관 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여러 얘기가 오갔으나 결론은 ‘민간이 공공 앱을 만들고 서비스하게 놔두되 정부는 데이터를 잘 오픈해달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직접 앱을 개발해 제공하기보다 민간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데이터를 가공하는 개발자 입장에 서서 데이터 공개를 고민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발표에 나선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 겸임)은 ‘플랫폼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모든 것을 만들어 국민에게 주는 벤딩머신(자동판매기) 정부를 지양하고 원 소재를 공개해 ‘국민들이 만들어라’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돈 되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공공에서 민간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가볍게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M&A)을 장려해야 된다’는 소신도 밝혔다. 국내에서 대기업이 M&A에 나서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풍토를 지적함과 동시에 해외처럼 M&A를 통해 아이디어가 팔리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꺼냈다. 또 기술력 있는 사람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초기 기업 연구개발(R&D)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가 창업 생태계를 키우려는 의욕이 넘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을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정부가 의욕은 넘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 앱 등을 보면) 사용자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위에 보이려고 만드는 것 같다”며 “실제로 쓰는 사람들 입장에 서서 만드는 게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임 센터장은 “데이터 공개도 건성으로 하는 게 많다”며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만든 박종환 대표가 도로교통표지판 정보를 얻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공공데이터 분쟁 조정 신청을 통해 두 달여 만에 데이터를 받았다.
임 센터장은 미국의 공공데이터 응용사례와 관련해 “미국에선 좋은 교통 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개발자들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쓰기가 편하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데이터를 공개한다”며 “데이터 공개 후 불과 몇 시간만에 앱이 나오고 며칠 지나 수십개 앱이 나오는 것을 봤다. 이것이 개발자 중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이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책임간사는 정부 부처가 내놓은 310종에 달하는 앱들의 시장성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나섰다. 이 간사는 “지자체와 산하기관을 제외하고 정부 부처들의 앱들만 310개”라며 “솔직히 활용도가 높지 않다. 다운로드만 보자면 1만건이 되지 않는 앱이 56.5%(175개)”라고 밝혔다.
이 간사는 “공공 데이터만 잘 오픈돼 있다면 민간이 충분히 받아서 만들 수 있지 않나”라며 “중앙기관이 제공하는 공공 앱은 일반정보 제공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정보 접근성 강화와 함께 사용자 의견수렴(피드백)이 가능하도록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기술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창업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인디스트릿(indistreet.com)의 이준행 대표도 포럼에 참석했다. 인디스트릿은 인디밴드 공연정보서비스다. 앞서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포털이 인디스트릿과 행사·이벤트 예약 서비스 온오프믹스를 베껴 사업을 진행한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이 대표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언론에 관련 사실이 보도되면서 해당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 같은 일이 발단이 돼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6일 ‘정부의 창업기업 베끼기 금지’ 내용에 담은 국가정보화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준행 대표는 “비슷한 사례를 겪은 스타트업들이 예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벌어질 일이라 생각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정부를 성토했다.
이날 포럼엔 정부 측 인사도 참석했다. 김수정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신사업팀 사무관은 “정부에 대한 비판은 많이 듣는다”며 “정부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 달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생각하다보면 정책이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 힘든 부분이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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