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김기창 “샵메일, 강제 아니라면 수용 가능”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공인전자주소(이하 샵메일) 제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반대 여론을 이끌고 있는 오픈넷의 김기창 이사(고려대 교수)가 “강제가 아니라면 수용할 수도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이사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3일 저녁 마련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는 “(샵메일) 취지 자체는 좋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 “각종 지원서, 응찰, 정부 및 공공단체와의 접촉을 위해 시민이 이것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지만, 강요는 부당하고 이용자가 원하면 이메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현구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강현구 단장은 “현재 샵메일을 강제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NIPA가 유일하다”면서 “NIPA가 샵메일 전담기관이다보니 저희 기관 관련 사업은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강제하지 않기로 최근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양측의 입장은 대부분 평행선을 달렸다.
NIPA 강 단장은 “샵메일은 전자문서의 활성화를 위한 유통을 위한 시스템일 뿐 이메일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본인확인, 정보유출, 내용증명 등이 필요할 때만 샵메일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픈넷 김 이사는 “NIPA가 주장하는 샵메일의 기능은 이미 다 이메일에서 구현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이미 법에는 문서가 전자적으로 돼 있다는 이유로 문서의 효능을 부인당하지 않도록 돼 있고, 의사표시 능력, 인증 다 할 수 있다”면서 “전자문서 확산과 샵메일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반면 “실제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법률이 엇갈려 전자문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면서 “이메일은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샵메일은 저절로 입증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현실에서 샵메일 서비스가 굉장히 허술하게 개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가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는 샵메일 서비스 중 상당수가 운영체제나 브라우저 호환성이 없고, 보안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 단장은 “사업자의 서비스가 취약한 부분은 저도 지금 보고 놀랐다”면서 “이런 부분은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샵메일 국제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는 이영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이메일을 보냈다는데 못 받았다고 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메일만 가지고는 송수신이 증명되지 않기 때문에 만국우편연합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들은 주로 우정국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샵메일을 소개하면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면서 “현재 ISO 등에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병호 상명대 교수(국제전자문서학회장)은 “양측의 입장이 다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샵메일은 과거 전자문서가 온갖 법에서 다 걸려서 활성화가 안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인보이스, 경고장, 계약서 등 서류 등을 전자적으로 주고받자고 양측이 동의하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송 교수는 “하지만 NIPA가 샵메일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기존에 3D 바코드 등 다른 방식으로 하던 전자문서 산업계가 망가진다”면서 “NIPA가 샵메일만 하거나 강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샵메일 취지는 좋다. 그러나 좋은 거니까 정부가 다 하겠다는 것은 민폐”라면서 “정부가 나서는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 한국에서 생겨날 수 없고, 그 생태계 안에 있는 몇몇 업체만 혜택 받는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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