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5 출시, 묵인이냐 방조냐…삼성 ‘갑 같은 을’ 전략, 해외는?
- 삼성전자, 국내 통신사 대비 우위 굳혀…전용 폰 대신 시기 조절로 통신사 통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이 지난 27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5’ 판매를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했다. 삼성전자는 유감을 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11일이 갤럭시S5 공식 출시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갤럭시S5 조기 출시가 삼성전자의 동의 없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는 없다. 삼성전자가 제품을 주지 않았다면 판매는 이뤄질 수 없다. 통신 3사 출고가가 86만6800원으로 동일한 점도 삼성전자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선택과 태도는 향후 삼성전자의 국내외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의 도움으로 스마트폰 세계 1위가 됐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전략 스마트폰을 동일한 이름으로 동시 공급한 것은 지난 2012년 ‘갤럭시S3’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한국서 부르는 이름은 갤럭시S와 갤럭시S2 등이지만 전 세계에는 각기 다른 이름 각기 다른 사양의 제품을 제각각 뿌렸다. 원가절감도 어렵고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갤럭시S3에 들어서 삼성전자는 동일한 명칭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됐고 ‘갤럭시S4’에서는 출시 시기와 공급량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애플에 근접한 대우를 통신사에게 받게 된 셈이다. 애플만이 유일하게 ▲출시시기 ▲모델 운영 ▲공급량 등을 통신사 의견 반영치 않고 제조사가 전적으로 통제한다. 갤럭시S5는 출시일까지 삼성전자가 못 박은 첫 사례다.
이번 국내 제품 출시 과정은 삼성전자가 최소한 국내 통신 3사에게는 애플 같은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출시한 모양새지만 체면은 SK텔레콤이 구겼다. 사정사정 하다 되지 않으니 제 멋대로 해버린 셈이다. 부모 말 듣지 않은 아이다. 삼성전자는 ‘갑’ 같은 ‘을’ 통신사는 ‘을’ 같은 ‘갑’이다.
국내 통신사와 힘겨루기에서 승리했지만 해외 통신사와 관계는 꼬였다. 삼성전자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IM)부문장 신종균 대표가 출시 직전까지 부인했던 것은 이를 우려해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국내 통신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실이 너무 티가 났다.
이번 변칙전술은 국내 통신 3사 사업정지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국내 통신 3사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5월19일까지 순차 사업정지다. 삼성전자가 예정한 4월11일은 LG유플러스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을 감안하면 공시 출시일 20일 이전 제품 공급이 이뤄진 것부터 부자연스럽다. SCM은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들어 준 가장 큰 힘이다. SK텔레콤보다 큰 통신사, 예를 들어 미국 AT&T나 버라이즌와이어리스 등이 이런 대우를 원하면 삼성전자로서는 피할 길이 없다.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전 세계 동시 출시 전략을 쓰기는 힘들어졌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출시 일이라고 못을 박은 시기보다 특정 통신사에게 우선 공급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생겼다. 예전처럼 전용 제품을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경쟁 통신사보다 먼저 제품을 팔 기회를 주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갑 같은 을이 되는 것이다. 이전의 삼성전자와 현재의 애플을 결합한 절충점이다.
어차피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비해 구매자 충성도가 떨어진다. 소비자 위주 출시 전략보다는 통신사 위주 출시 전략을 취하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 전 세계 통시 출시는 개별 소비자 단위 흥행 조성에 유리한 전략이지 통신사 관리에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향후 삼성전자의 제품군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갤럭시노트4’ 발표가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쪽에서는 갑 같은 을이 돼가고 있지만 태블릿 등에서는 여전히 통신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가 통신사로부터 애플과 같은 지위를 얻기 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갤럭시S5가 갤럭시S4처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양사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내의 경우 이미 통신사와 상관없이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라며 “해외서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지속적인 제품 성공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단일 기종으로 힘을 보여준 사례는 갤럭시S3뿐”이라며 “갤럭시S5 등 제품이 가진 힘이 통신사에 확실히 각인돼야 통신사가 삼성전자를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고 여기게 되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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