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IT업계와 의료계가 잇달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두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갈등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2일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9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동네의원의 몰락과 의료 전달 체계 붕괴, 안전성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허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18대 국회였던 지난 2010년에도 의료계의 반대로 원격진료 도입에 실패한 바 있다.
반면 IT업계는 원격진료가 허용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U-헬스(Ubiquitous Health) 시대’를 열기 위해선 원격진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센서장비와 네트워크 및 소프트웨어,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 화상 대화를 위한 장비 및 솔루션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격진료는 원격건강관리와 개인건강정보관리(PHR), 홈케어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돼 IT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해외의 u헬스 산업은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접목돼 스마트헬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발걸음도 못 뗀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보건의료가 전문성이 필요한 대표적인 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합의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다”면서 “원격의료법 저지뿐 아니라 잘못된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일명 ‘4대중독법’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원격진료의 경우 의료계가 강한 반대를 외치고 있는 반면, 4대중독법은 IT업계가 반대하고 있다.
4대 중독법은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공식적으로 추진하거나 지원하는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IT업계 일각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이 게임중독 치료를 수익모델화 하기 위해 이 법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정신과 의사 출신이며, 공청회 등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법안에 찬성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게임 관련 부처가 4대중독법에 게임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의료계의 입김이 센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의료계는 집단행동도 잘하고 국회에 의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이권과 관련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면서 “반면 IT업계는 한 목소리를 낼 조직도 없고, 업계를 대변할 정치인도 배출하지 못해 4대 중독법 같은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