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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4대 중독법만으론 부족하다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나는 초등학교 시절 구슬치기를 좋아했다. 단순히 좋아한 것이 아니다. 중독이었다. 눈만 뜨면 동네 골목으로 달려나가 구슬치기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했고, 해가 져도 가로등 밑을 찾아 다니면서 구슬치기를 했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손등이 트거나 감기에 자주 걸렸고, 밥 먹는 것도 잊었기 때문에 성장에도 악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구슬을 다 잃었을 때는 엄마 동전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구슬치기는 이처럼 어린시절 나의 시간과 건강을 빼앗고, 생애 최초의 도둑질을 하게 만들 정도로 정신을 황폐화 시켰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4대 중독 예방법이라는 것을 만든다고 하는데, 기자 어린 시절의 정치인들은 왜 구슬치기 중독 예방법을 만들지 않았는지 원망스럽다. 구슬치기야 말로 중독성이 강한 놀이인데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아이는 뽀로로 중독이다. 하루종일 뽀로로를 보여달라고 운다. 뽀로로를 보여주지 않으면 밥도 먹지 않는다. 뽀로로를 보면서 밥을 먹으면 TV에 정신을 팔려 제대로 씹지도 않는다. 뽀로로가 아이의 뇌를 마비시키는게 틀림없다.

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자극적인 영상물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독서를 멀리할까 걱정이지만, 한 번 중독된 아이로부터 뽀로로를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까.

요즘에는 뽀로로뿐 아니다. 특히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등 국산 애니메이션의 중독성이 강하다. 15년 전 유행하던 텔레토비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국산 애니메이션 중독 예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회사의 부장은 골프 중독이다. 주말마다 필드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평일에도 연습장이다, 스크린골프다 뭐다 해서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평일과 주말에 골프에만 빠져 있으니, 가족들과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 골프가 그의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

그는 사무실에서도 틈날 때마다 맨손으로 골프스윙 흉내를 낸다. 부하 직원들이 그의 행동을 곱게 볼 리 없다. 또 샐러리맨이 항상 자비로 골프를 즐기기 어렵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종종 유용하기도 한다. 엄격하게 보면 횡령이다. 그는 골프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골프 중독 예방법도 시급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각종 중독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열하자면 1000개도 넘을 것이다.

이 많은 중독 요인을 두고 겨우 4개만 선정해 법을 만드는 것은 직무유기다. 여권이 추진하는 법은 4대 중독 예방법이 아닌, 1000대 중독 예방법이 돼야 한다.

4대 중독 예방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은 “중독예방법은 중독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국가 차원에서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1000대 중독 예방법이 돼야 할 것이다.

참, 마지막으로 1000대 중독 예방법 중에 꼭 포함돼야 할 중독이 있다. 바로 금배지 중독이다. 최근 대통령하고 친하다는 노(老) 정치인 한 분이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공천헌금 등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분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각종 논란에도 다시 국회에 들어간 것은 금배지 중독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그가 다시 공천을 받은 이유는 대통령과 친하기 때문이라니, 어쩌면 대통령 중독 금지법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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