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외산 게임의 점유율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게임 소비 시장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PC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PC방 분석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압도적인 점유율(40%대)로 전체 1위를 유지 중이다. 피파온라인3,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3 등도 점유율 10위권 안팎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산 게임의 점유율을 합하면 50%를 넘어선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넥슨이 ‘도타2’라는 대형 외산 게임이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외산 점유율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더욱이 도타2는 LOL의 대항마로 거론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관련 커뮤니티에선 LOL과 도타2를 두고 어느 게임이 재미있는지 게이머들이 숱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도타2의 국내 진입을 마냥 좋게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도타2가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다고 해도 외산 게임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후반 게임 엔진(개발도구) 시장이 지금의 온라인게임의 상황과 비슷했다. 온라인게임 엔진도 외산 종속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당시만 해도 외산 엔진과 함께 페임테크와 왕리얼, 진도, 제로딘 등의 다수의 국산 엔진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언리얼엔진과 크라이엔진, 유니티엔진 등 외산 솔루션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게임 엔진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엔진을 과학에 비유하면 물리, 화학과 같은 기초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이 분야는 기술 장벽이 높아 국내 업체가 진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자체 엔진을 확보 중이라고는 하나 상용화 할만한 품질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수년 후 온라인게임 시장이 지금의 게임엔진 시장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있다. 게임 개발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게임 소싱을 통한 성장 전략은 한계가 있다.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이 유통되는 시대엔 콘텐츠가 바로 경쟁력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그간 한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 게임업체가 게임 개발력만큼은 국내 업체와 비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힘입은 결과다. 텐센트를 위시한 중국 업체들은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탄탄한 자본력까지 갖춰 향후 국내 업체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산업 진흥에 힘을 기울일 때가 왔다. 셧다운제와 같은 대안 없는 규제책으로 기업의 사업 의지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온라인게임 강국이자 종주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또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