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는 일본 샤프에 104억엔(우리돈 약 12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3%를 확보했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분 확보 배경에 대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는 “한국과 일본의 전자 대기업이 자본 제휴를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재편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계속된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샤프는 작년 3월 대만 혼하이로부터 669억엔 규모(지분의 9.9%)의 출자를 받기로 일단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출자 조건 등을 놓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혼하이는 주가 하락을 이유로 가격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카메야마 공장의 분사 및 경영 참여를 원하고 있다. 샤프는 혼하이의 경영 참여는 원치 않고 있어 출자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혼하이는 이달 26일까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샤프는 계속된 적자로 누적 부채만 1조5000억엔에 이른다. 당장 오는 9월 돌아오는 2000억엔의 만기 전환사채를 막아야 한다. 현재 샤프의 국제 신용등급은 ‘쓰레기’ 수준이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샤프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외국계 기업에 지분을 담보로 돈을 구하고 다니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샤프는 삼성전자에 앞서 퀄컴으로부터 50억엔의 투자를 받고 차세대 LCD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퀄컴은 올 3분기 샤프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50억엔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퀄컴의 지분율을 삼성전자와 동일해진다.
샤프가 삼성전자와 퀄컴으로부터 150~200억엔의 투자를 받았어도 9월 돌아오는 만기 전환사채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출자를 받아야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샤프는 자금 조달을 위해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의 재무 상황과 사업 연관성을 따져보면 미국 인텔과 중국 레노버 정도가 샤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후보군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샤프의 지분 인수는 ‘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샤프는 LCD를 처음 개발한 업체로 원천 특허를 상당 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 측은 지금도 샤프의 VA(Vertical Alignment) 특허를 사용하며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특허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세대 LCD 공장을 보유한 샤프는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TV 완제품을 판매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샤프가 목표로 삼은 제본 제휴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의 추가 지분 확보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