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동부의 대우일렉 인수 마무리, 종합가전업체 진화 가능할까?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동부가 15일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로써 대우일렉은 13년 동안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끝내고 동부와 함께 종합가전회사로써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주요임원 인사도 이루어졌다. 대우일렉 인수를 지휘한 동부라이텍 겸 동부LED 이재형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성 전 대우일렉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재국 전 CJ GLS 대표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각각 선임했다.
앞으로 동부는 대우일렉을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위의 종합전자업체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1차로 오는 2017년 현재 매출액인 1조9000원을 5조원으로 늘리고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마련했다.
대우일렉은 국내외에서 아직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신인 대우전자의 영향으로 동유럽이나 중남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27개국에 판매법인과 지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부는 ‘대우’ 브랜드로 중저가제품 시장을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니치/프리미엄 시장 개척을 위한 신규 브랜드 개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머징 시장은 중저가 비중이 가장 크고 대우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동부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만한 부분이다. 동부하이텍은 시스템 반도체, 동부철강은 강판, 동부로봇은 모터 등을 대우일렉에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화재, 동부CNI 등 전문 서비스 이용을 통한 비 핵심영역 역량 강화도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우일렉 이재형 부회장이 언급한 중저가제품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하이얼과 같은 중국 업체들도 노리고 있어 위아래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익성 강화와 지역별 특화 모델이 필수인 생활가전 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허리라인 제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선진시장과 성장시장을 나눠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은 삼성전자, LG전자가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허리라인 제품과는 시장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형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며 “대우일렉은 원가 경쟁력과 지역별 특화 모델을 스피드 있게 공급해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중저가 제품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도요타를 예로 들며 ‘렉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 대우일렉도 프리미엄과 럭셔리 시장에서는 M&A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3~5년 정도로 내다봤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스마트 가전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동부하이텍이 갖춘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승부를 걸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중국 업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10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떨어져 위협적인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일렉이 동부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TV, 에어컨, 청소기를 비롯해 로봇청소기, LED조명, 의료기기, 가스오븐 등 종합가전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일렉트로룩스, 월풀 등과 같이 프리미엄과 보급형 브랜드를 모두 갖추려면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을 빠른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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