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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美 애리조나 팹3 착공…애플·엔비디아·AMD '화답'했지만 가시밭길

김문기 기자
TSMC. [ⓒ연합뉴스]
TSMC.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세 번째 반도체 공장 ‘팹 21 페이즈 3’의 착공을 공식화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의 연이은 미국 투자 확대는 기술과 지정학, 경제안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대변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세번째 반도체 공장 설립 착공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TSMC는 이번 착공으로 총 1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미국 내 누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제3공장은 2028~2030년 가동을 목표로 N2, N2P(2nm급), A16(1.6nm급)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A14(1.4nm급) 등 차세대 노드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총 6개 공장과 2곳의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 센터까지 포함되면 애리조나 팹 21은 TSMC의 미국 내 핵심 생산 허브로 자리잡게 된다.

이번 착공은 미국 정부의 ‘칩스법’ 지원이 배경에 있다. 2022년 법제화된 이후 2024년까지 기업별 보조금 심사가 이어졌고, TSMC는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TSMC 애리조나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외자 투자 프로젝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리더십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작 칩스법 자체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착공 현장에선 상무부가 칩스법의 보조금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정치적 긴장도 이어졌다. 일부 기업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조건으로 보조금 수령 자격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TSMC의 공장 확장은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직접 수요와 맞물린다. 팀 쿡 애플 CEO는 “TSMC 애리조나의 첫 번째이자 최대 고객으로서 미국 내 고급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리사 수 AMD CEO 역시 AI·HPC용 고성능 칩의 미국 생산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제는 TSMC가 여전히 자국 법에 따라 최첨단 공정을 해외로 이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만 입법원은 2nm 이하 공정의 해외 이전 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TSMC는 2028년까지 대만 내에서 A14 공정을 먼저 시작한 이후에야 N2P, A16 등의 공정을 미국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현재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은 4nm급 이하로, 아이폰 14·15 기본형에 쓰이는 A16 칩이나 애플워치 S9용 SiP가 해당된다. 최신형 아이폰용 칩은 여전히 대만 본토에서 생산된다. 심지어 생산된 칩을 미국 내 후공정 시설이 부족해 대만으로 다시 보내 마감 처리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표현에 한계가 따른다.

인력 문제도 적지 않다. 1공장 건설 당시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비노조 인력 채용과 낮은 임금, 대만 인력 대거 파견 문제로 논란이 컸다. 현장에서는 미국 인력의 숙련도 부족을 지적하는 TSMC와 ‘미국식 경영방식 무시’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평행선을 달렸다.

한편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착공식에 참석했던 위스콘신 폭스콘 공장은 결국 가동되지 못한 전례도 있어, TSMC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공존한다.

TSMC는 당초 2024년까지 6개 공장 건설을 예고했지만, 두 번째 공장조차 2028년 본격 가동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제3공장 착공은 공급망 다변화, 산업 안보, 기술 주권 논의가 얽힌 다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AI, HPC, 국방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중추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미국과 TSMC 간 ‘긴 호흡의 거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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