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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고 날로 심각해지는데…로봇청소기 두뇌 삼성만 공개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닷컴 갈무리]
삼성전자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닷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최근 보안관련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프로세서를 공개한 기업은 삼성전자 단 한 곳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각종 연산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능력이 사용된다. 이때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 프로세서지만, 대다수 업체의 프로세서 정보는 오리무중이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나날이 성장세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4억7000만 달러. 전년 대비 42.4% 증가한 수치다. 흡입 청소와 걸레질을 동시에 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근엔 진공 흡입력과 걸레질 등 청소 능력은 기본 사양이 된 반면, AI가 새로운 소구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똑똑할수록 사물 인식 및 회피 능력이 향상되고, 원활한 스테이션 복귀 등 집안 경로를 훤히 꿰뚫는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다. 실제로 각 업체들의 제품 설명에는 센서 정보와 함께 자체 스마트·AI 기술력 강조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준의 고사양은 아닐지언정, 로봇청소기에서도 프로세서는 큰 역할을 한다. 칩셋에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탑재돼 로봇청소기의 연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통상 로봇청소기 한 대로 4~5년 가량 쓴다고 본다. 최신 SoC를 탑재할수록 최신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비롯해, 데이터 양이 많아져도 프로세서가 잘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세서가 AI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핵심 부품임에도 불구, 부품 정보를 정확히 공개한 곳은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자국 프로세서를 쓰는 것으로 추정되며, LG전자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내놨던 첫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퀄컴의 RB2 플랫폼 칩셋을 채택했다. 낮은 전력 소모를 위해 11나노미터 공정 기술이 적용됐고, 총 8코어 CPU가 탑재됐다. 또한 온디바이스 AI 처리를 지원하는 칩과 퀄컴 안드레노 그래픽처리장치(GPU) 엔진이 함께 장착됐다. 특히 AI 연산을 위해 1톱스(1초에 1조번 연산)능력의 NPU도 탑재됐다.

중국 제조사들의 경우, 주로 자국 칩셋 회사인 올위너(All Winner), 록칩(Rockchip), 호라이즌(Horizon robotics)의 선라이즈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기업과 독점 계약하기보다는, 해당 기업들의 칩셋을 혼용하는 형태로 보인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의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별 프로세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세 업체 모두 제품에 사용하는 칩셋 정보에 대한 공식 답변은 주지 않았다. 최근 중국 로봇청소기에서 불거진 보안 및 개인 정보 침해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 측은 "정확한 프로세서 정보를 공개하긴 어렵다. 다만,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코백스의 경우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부 제품의 프로세서가 병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자사 플래그십 '디봇 X8 프로 옴니'에는 락칩의 'RK3562'를 사용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해당 칩셋은 삼성전자 로봇청소기에 탑재한 퀄컴 칩셋과 동등한 1톱스 수준의 NPU 능력을 갖췄다.

반면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 중인 동일 제품의 칩셋은 올위너 T507인데, AI 연산에 필수적인 NPU 기능이 없는 프로세서다. 이는 같은 제품이어도 판매하는 지역에 따라 프로세서 급을 달리할 수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진출 로봇청소기 기업들이 프로세서 정보를 꺼리는 건, 가뜩이나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진 로봇청소기 업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것"이라며, "로봇청소기도 AI 기능을 강조하는만큼 스마트폰이나 PC처럼 프로레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소비자 알 권리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엔드 로봇청소기 제품들은 100만원 후반대에 이른다. 비싼 가격대에 적합한 사양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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