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조만호 리턴' 무신사, IPO 신호탄 쐈다…사업보고서 첫 공시 '눈길'

최규리 기자
[ⓒ무신사]
[ⓒ무신사]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무신사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채비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업보고서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반등까지 이뤄내면서 IPO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무신사가 본격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본다.

특히 비상장사인 무신사는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만으로도 공시 의무를 충족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해 상장사 수준의 정보공개 체계를 점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업보고서에는 경영진 구성, 계열회사 현황 등 IPO 심사 시 활용되는 주요 항목이 포함돼 있어 내부 통제 시스템과 공시 역량을 사전 검증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비상장법인이지만 지난해 주주 수가 500인을 넘기며 외부감사 대상 법인에 포함된 만큼, 올해 처음으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게 된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비상장사가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것은 상장 요건을 염두에 둔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시장에 IPO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추정하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5조원 수준으로, 실적 반등과 글로벌 사업 확장이 IPO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무신사]
조만호 무신사 대표. [ⓒ무신사]

◆조만호의 '선택과 집중', 흑자 전환 배경=무신사의 실적 반등은 조만호 창업자의 경영 복귀 이후 이뤄진 체질 개선과 맞닿아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조만호 대표는 '20년을 마무리하려 합니다'는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무신사와 저의 분리가 필요하다"면서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것이 우선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은평구 갈현동 반지하 빌라의 좌식 책상에서 시작된 여정을 성수동 지하 두 평 사무실에서 끝마친다"면서 "진심으로 제 일을 사랑했다. 여러분께 기억되고 싶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면서 수익성 제고가 시급해지자, 조 대표는 3년 만에 경영 복귀에 나섰다. 처음 적자를 기록한 만큼 수익성 개선과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수익성 중심의 재편에 속도를 냈다.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운영사인 SLDT와의 합병을 통해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전략이 주효했다.

그 결과, 무신사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 당기순이익 69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1% 증가했으며, 영업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일회성 비용인 주식보상비용도 크게 줄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또한 무신사는 이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구조를 개편에 나섰다. 사외이사를 처음으로 선임하고, 감사·보상·사외이사추천 등 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수현 DS프라이빗에쿼티 대표로, 임기는 3년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4인 체제로 운영된다.

이 같은 이사회 개편과 사외이사 선임, 거버넌스 강화 조치 등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부 전문성을 유입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스토어 급성장, 일본서 조조타운과 제휴=무신사가 본격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만큼, 상장사는 해외 파트너와의 신뢰 구축과 투자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일본·미국 등 주요 시장 진입 시 기업의 투명성과 재무 건전성을 입증하는 지표로 상장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 무신사는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는 2022년 하반기 일본, 미국, 태국 등 13개국에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하며 해외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23년 3분기 글로벌 스토어는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 시장에서는 3분기 기준 거래액이 120% 이상 폭증했으며, 미국 역시 80% 이상 증가했다.

일본 시장에서의 전략은 보다 더 구조적이다. 무신사는 2021년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시장 테스트를 거거쳐, 지난해 말 일본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ZOZO)'와 제휴를 체결했다. 중장기적 파트너십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기 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의 일본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도쿄 1호점을 시작으로 5년 내 오프라인 매장 15곳을 출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온라인 중심의 무신사가 오프라인 리테일 역량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브랜드 IP의 현지화 전략과도 연결된다.

뷰티 부문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무신사가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 '오드타입(Oddtype)은 일본 내 라이프스타일숍 로프트(Loft), 플라자(PLAZA) 등 200여 개 매장에 동시 입점하는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브랜드 단위의 수출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행보다.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플랫폼-리테일-브랜드'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 스탠다드'가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명동, 성수, 한남 등 핵심 상권에 10곳 신규 출점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외국인 고객 비중이 70%를 넘어서며 해외 수요의 유입 효과도 입증됐다. 무신사에 따르면 연간 방문객은 1200만명,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3.3배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는 유니콘 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주목받아 왔지만, 그간 IPO 계획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피해 왔다. 다만 이번 사업보고서 공시와 실적 반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 외부 전문가 영입,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 행보는 IPO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준비 과정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신사의 IPO가 국내 패션 플랫폼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국내 패션 플랫폼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첫 실질 사례가 될 것"이라며 "향후 유사 기업들의 IPO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