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주총기간 쏟아진 CEO의 '말말말'…캐즘 대응·美 리스크 해소에 초점

고성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1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삼성SDI 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최주선 사장. / 사진 = 배태용 기자
1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삼성SDI 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최주선 사장. / 사진 =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이번주 배터리 업계는 정기주주총회에 나선 각 주요 기업의 대표이사들의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재원 확보를 위해 나선 삼성SDI의 전략 설명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의 캐즘 극복 전략 등이 주목 받았습니다. 그러면 이번주 배터리 업계 대표들의 '말말말', 한번 살펴보시죠.

작년 3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해오던 삼성SDI는 4분기 들어 적자를 기록하며 캐즘에 따른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인 최주선 사장이 삼성SDI의 조타수가 됐죠. 삼성SDI는 주총을 앞두고 약 2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금융투자 및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습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발행 주식 수는 1182만1000주(증자 비율 16.8%)입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고 현재 금감원의 중점 심사 대상 1호로 선정된 상태죠.

그 이후 열린 19일 삼성SDI 정기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게 터져 나왔습니다. 삼성SDI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전고체·리튬인산철(LFP)·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에 쏟겠다고 말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죠. 현재 배터리 시장 수요가 전기차 외에도 다양화되는 흐름이 유지되는 만큼, 이를 위한 불가피한 투자였다는 설명입니다.

이사회 임시의장을 맡은 김종성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책임감을 깊이 느낀다"라면서도 "다만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위한 투자도 선행돼야 한다"라며 유상증자 취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유상증자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유 자산을 활용한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죠. 특히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가능성도 언급하며 다양한 자산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주선 대표도 김 부사장의 말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는 삼성SDI 정기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의 유상증자 심사 대상 선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면서도 "이번 유상증자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잘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IRA 개정 움직임과 유럽 배터리 시장의 변화와 관련해 "배터리협회,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협력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론 워싱턴에 삼성SDI 관계자들이 배치돼 적극적으로 대응 중으로, 미국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대표는 주총일 다음날 삼성SDI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도 다졌습니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지난 19일 자사주 10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습니다. 취득 단가는 주당 19만1500원으로 총 매입 규모는 1억9150만원입니다. 이처럼 삼성SDI가 유증에 대한 이슈와 캐즘에 대한 전략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면돌파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0일 주총 후 취재진과 만나 응답 중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20일 주총 후 취재진과 만나 응답 중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대표가 주주들 앞에 나서 캐즘을 돌파할 전략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배터리 시장이 승자독식 구조로 굳어져가는 만큼, 신규 수주와 배터리 라인업 다변화로 선두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죠.

김동명 대표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시장 환경은 정책적으로나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결코 만만치가 않다. 특히 자국 경제적 이익과 주권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갈등 심화 및 통상 정책의 극심한 변동이 야기되는 중"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자국 핵심 산업이 중국에 잠식 당하지 않게 관세나 시장 진입 규제 등 조치에 나섰고, 중국은 전략 광물과 기술,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이와 함께 각 지역별로 현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와 같은 친환경 정책 변화도 예고된 상황"이라고 덧붙였죠.

김 대표는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펀더멘탈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꼽았습니다.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제품 및 품질 경쟁력 강화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미래 기술 준비 등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자본적지출(CAPEX) 투자 및 사업·고객·제품 포트폴리오 등 면에서도 운영 효율화에 힘써 질적 성장에 나서겠다는 것이 주요 방침이죠.

이와 함께 순항하는 미국 현지 신규 법인에 대한 소식도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며칠 전 애리조나 법인에서 주요 고객과 다년간 연 10GWh 규모로 46시리즈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성과가 있었다"며 "차별적 강점이 있는 46시리즈, 고전압 미드니켈, LFP, 각형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수주 모멘텀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 46시리즈를 테슬라에 공급하고 이를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죠. 김 대표가 언급한 애리조나 법인의 신규 수주 고객사에 대해서는 업계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추측하긴 어려우나, 리비안 플랫폼을 쓴 폭스바겐이나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추정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입니다.

19일 주총에서 발언 중인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부회장)
19일 주총에서 발언 중인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부회장)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도 올해 반전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을 쏟아냈습니다. 장장 2시간 이상에 걸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회사의 재무적 불안 요소, 투자와 수주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 해소에 힘썼죠.

의장으로 나선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전기차 활황기였던) 2022년께는 양극재 생산 가동률이 100%였기에 고객사 다각화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캐즘이 온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고, 각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현재는 북미를 중심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 루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라며 "기존 특정 고객사에 납품하는 루트가 3가지 이상이었다면, 그 중 한 두개를 엘앤에프가 점하고 있는 구조였다. 여기서 모든 공급 루트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그러면서 엘앤에프의 주력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성과가 올해부터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연기된 대부분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나가면서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죠. 작년 최초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향 46파이 양극재 납품 물량은 올해 점차 물량을 확대해 내년 본격 확대하고, 2170 개선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90% 이상 하이니켈 양극재도 올해 2분기부터 본격 출하할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최 대표는 "'제2의 테슬라'를 찾고 있다. 조만간 상당히 고성장을 이룰 전기차 회사가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모든 제2의 테슬라 후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점을 만들고, 소통하고 검증을 거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일부는 평가(Award)가 끝난 단계에 접어든 고객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7년, 2028년 즈음에는 NCM 양극재 시장에서 압도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또다른 국내 배터리 3사 중 하나인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다음주 주총에 나서는 만큼, 회사의 성장 전략과 적자 해소에 대한 의문을 이때 해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 기대 요소였던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과의 수주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고객 다변화에 힘쓰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SK온은 2028년부터 2033년까지 6년간 총 99.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닛산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중형급 전기차 약 1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으로, SK온의 고성능 하이니켈 파우치셀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SK온은 닛산과 반년부터 일년여에 걸친 장기간의 협의 기간을 가져온 바 있습니다. 미국 IRA의 불확실성이 있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급 규모 논의와 생산 법인의 지정 등이 이슈가 됐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해당 계약은 SK온 미국 현지법인(SKBA)과 체결된 만큼, 조지아 단독공장이나 대안으로 거론된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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