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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AI 기술 사업화 박차… 14년 투자 결실 맺을까

문대찬 기자
[ⓒ 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자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B2B(기업 대상)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전담 자회사를 출범한 데 이어, 국내외 산업계와 접점을 확대하며 협업 기회 모색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달 1일 AI 기술 전문 기업 ‘엔씨 AI’를 출범했다. 이는 2011년부터 운영해온 사내 AI 연구·개발(R&D) 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것으로, 그동안 개발해온 AI 기술을 외부에 상용화해 수익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AI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우리가 가진 AI 경쟁력을 고도화해 다른 개발사나 제3자에게 적용하는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엔씨가 자사 AI 기술의 시장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AI 자회사를 출범시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엔씨는 2023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 ‘바르코’를 공개한 이후, 다양한 산업군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수익화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실제 바르코는 지속적인 성능 고도화를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어 언어모델 중엔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의 딥시크’가 될 국내 유망 모델 중 하나로 바르코를 꼽기도 했다.

엔씨의 생성 AI '바르코 아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캐릭터 모델링을 단시간에 제작 가능하다. [ⓒ 엔씨소프트]
엔씨의 생성 AI '바르코 아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캐릭터 모델링을 단시간에 제작 가능하다. [ⓒ 엔씨소프트]


엔씨 AI는 출범 직후, 임수진 전 아워홈 신성장테크비즈니스 부문장을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하며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 수립에 나섰다. 임 CBO는 인터파크와 넥슨 등에서 신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한 신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AI 기술과의 직접적인 접점은 크지 않지만, 엔씨가 보유한 기술을 외부 사업화하는 데 있어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엔씨 AI는 올해 자사 AI 기술을 기반해 다양한 산업군과의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바르코’가 게임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애셋을 보유한 데다 여러 형태의 창작 도구로도 확장된 만큼, 중소 게임사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올해 중 마련할 계획이다.

패션업계에 바르코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시각 작업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춘 바르코를 이용해 시즌별 신상품을 손쉽게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복안이다. 기업별 요구에 맞춰 바르코를 파인튜닝해,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수진 CBO는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통해 “앞으로 목표는 NC AI의 기술을 알리고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초기 무료, 이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많은 기업이 AI를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점진적 수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WC 2025에 마련된 엔씨 부스.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TTS 기술을 통해 음성까지 만들 수 있다. [ⓒ 디지털데일리]
MWC 2025에 마련된 엔씨 부스.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TTS 기술을 통해 음성까지 만들 수 있다. [ⓒ 디지털데일리]


엔씨 AI는 이달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AI 외교 거점으로 떠오른 MWC에서 기술력을 선보이며 해외 사업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엔씨는 LG유플러스의 고객사이자 협력사로 참가해 부스를 내고, 캐릭터 생성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데모 시연을 진행했다.

AI 기반 B2B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정체된 엔씨의 성장세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는 작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하며 상장 후 첫 연간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역시 1조5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줄었다.

엔씨 관계자는 “패션, 미디어, 콘텐츠 등 여러 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그동안 축적한 AI 기술력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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