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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레벨업] ② ‘게임 혁신’ 눈앞에… 일손 줄이고 경쟁력 높이고

문대찬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전 세계 산업군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예부터 AI 기술을 들여다봤던 게임업계도 앞다퉈 AI 기술 연구 및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레벨 업(Level Up)을 노리는 모습이다. AI를 이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것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개발 등 혁신을 꿈꾸고 있다. 게임업계의 AI 동행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엔씨의 생성 AI '바르코 아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캐릭터 모델링을 단시간에 제작 가능하다. [ⓒ엔씨소프트]
엔씨의 생성 AI '바르코 아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캐릭터 모델링을 단시간에 제작 가능하다.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산업과 인공지능(AI)의 동행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외 개발사 상당수가 게임 개발 단계에 AI를 활용 중이다. 캐릭터 일러스트나 아이템 이미지를 생성하는 툴(Tool), 시나리오를 쓰는 텍스트 툴, 게임 코드 생성 기능이 포함된 개발 툴 등 그 범주도 다양하다.

고도화된 AI와 맞손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업무 효율화다. 영상이나 이미지, 텍스트 등 개발 리소스 생성을 AI에 맡겨 전례 없는 콘텐츠 생산성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인적 자원이 넉넉한 대형 게임사엔 동력이, 영세 개발사에겐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AI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본 게임사 사례도 적잖다. 일례로 중소 개발사 베이글코드는 자사 광고 제작 과정에 애니메이션과 보이스, 액팅 등과 관련한 10가지 이상의 AI를 활용해 제작 기간을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까지 단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산하 4인 규모 스튜디오 펑크코드가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한 결과, 기존엔 한 달 넘게 소요된 콘셉트 확장 작업을 1시간30분 만에 완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디 개발사 반지하게임즈는 한동안 기획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던 신규 프로젝트를 이미지·텍스트 생성 AI 도움을 받아 진행 중이다. 이 회사 이유원 대표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1분도 안 돼 만들어 주는 생성형 AI 덕분에 기존 인원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프로젝트 진행도 가능해졌다”고 귀띔했다.

AI 활용을 통한 인건비 감축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짧은 시간 내 게임 이미지뿐 아니라 캐릭터 더빙 제작까지 가능해 관련 인력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 AI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중국 내에선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미지 제작 외주 비용도 기존 8000위안(한화로 약 146만원)에서 2000위안(36만4000원) 수준까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AI 툴 사용이 일상화되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 플랫폼 확산에 힘입어 1인 개발사를 비롯한 소규모 개발사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가상 인간 한유아.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까지 써냈다.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가상 인간 한유아.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까지 써냈다. [ⓒ스마일게이트]

다만 AI 활용의 가치는 비용 절감보다는 게임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주문 사항에 따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토대로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해지고, AI가 리소스 개발 부담을 줄여줘 보다 나은 기획과 개발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AI 개발자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서 조금 더 핵심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난관에 부딪히면 AI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 “예컨대 AI가 만든 텍스트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를 규합해 아예 새로운 방향의 창작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토리텔링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게임사의 경우 텍스트 생성 AI 도움을 받아 관련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동양대학교 김정태 게임학부 교수는 “한국 게임사는 그간 세계관이나 스토리에서 약점을 보여왔는데, 다양한 이야기를 학습해 재생산하는 AI 도움을 받으면 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게임사들은 자체 AI 기술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특히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휴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가 게임에 도입되면 전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앞서 지난해 5월 엔비디아가 게임용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으로 제작해 공개한 ‘진’은 이러한 게임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NPC다. 진은 이용자가 질문하면 게임 내 세계관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간다.

국내에서는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관련 결과물이 공개되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김택진 대표를 흉내 낸 디지털휴먼을 공개했다. 넷마블과 스마일게이트는 가상 아티스트 ‘메이브’와 ‘한유아’ 등을 선보이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친구 같은 AI를 개발 중인 크래프톤은, 자사 AI 기술을 이용해 올 하반기 출시 예정 신작 ‘인조이’에 24시간 시뮬레이션 되는 NPC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서는 데모 게임 ‘파인드뮤’를 통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NPC를 공개하기도 했다.

넷마블이 공개한 챗시우. 디지털 휴먼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시스템이다. [ⓒ넷마블]
넷마블이 공개한 챗시우. 디지털 휴먼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시스템이다. [ⓒ넷마블]

업계는 AI NPC가 도입되면 이용자와 대화해 스토리를 전개시키거나, 상황에 걸맞은 퀘스트를 생성하는 등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몰입감을 한층 더 향상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력 편차와 고의적 ‘트롤링’으로 인한 재미 저하와 같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의 고질적인 문제 또한 AI 플레이어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로 이용자 수준에 맞는 스테이지를 실시간으로 구성하는 등 개인화 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형 게임사에서 AI 기술을 담당하는 한 개발자는 “AI의 학습 능력이 고도화되면 미래엔 게임 내 여러 선택지에 따라 매번 다른 내러티브와 상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에는 한번 하고 말 게임도 열 번까지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AI 기술 개발에 집중했던 만큼, 대(大) AI 시대에선 게임업계가 기존보다 활약할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오는 2030년 5275억8000만달러(약 68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디지털 휴먼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것이란 목소리다.

김 교수는 “게임업계는 AI 열풍이 불기도 전부터 관련 고민을 해 온 신기술 리딩 산업”이라면서 “앞선 메타버스 열풍 때 업계 기술력이 주목 받았던 것처럼 AI 시대에는 NPC, 즉 디지털 휴먼과 밀접한 게임산업의 가치가 크게 뛸 것”이라고 봤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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