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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AI컴퓨팅센터 점검]③ AI·클라우드·통신 플레이어 총집합…완주 가능성은?

권하영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빅테크들과 함께 앞으로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국가 AI 패권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우리 정부도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며, 민관 합작 최대 2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선 아직 기대보다 우려가 읽힌다. 이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둘러싼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2조원 규모 민관합작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이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단 설립이 되면 국내 최대 AI 인프라 거점이 되는 만큼 주목도가 높다. 실제 정부가 지난 7일 개최한 사업설명회에는 수백명의 참석자가 몰리기도 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사업설명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 외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삼성SDS 등 국내외 주요 IT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 후보군을 가려내기 어려운 단계다. 사업자 입장에선 AI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과 정부 출자 최대 2000억원 외에 2조원 투자 대부분을 민간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둘 수 없다는 점 등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불안 요소가 많아서다.

그럼에도 일단 이달 말까지 이뤄지는 ‘사업참여의향서’ 접수 단계에선 상당히 많은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업참여의향서는 말 그대로 참여 의향이 있음을 알리는 정도일 뿐, 실제 사업 참여 여부는 오는 5월까지 예정된 ‘사업참여계획서’ 제출로 확정짓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우선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컨소시엄만을 대상으로 추후 사업 참여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담은 공모지침서를 보낼 계획이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다수 사업자들이 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향서 제출은 이달 말까지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미 한 곳 이상이 제출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은 여러 분야 각 사업자들이 반드시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해야 하는 만큼 어떤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공모 요건 충족시 단일 기업도 참여 가능하지만, 컨소시엄에는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기업과 AI컴퓨팅서비스 구축·운영 기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이번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엔비디아 H100 기준 1.5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수용이 가능한 수준의 1엑사플롭스(EF) 규모로 지어지게 되는데, 이 정도 AI 수요를 다 채우려면 외부 수요 외에도 자체 수요로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의 대형 기업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까지 사업 참여에 관심이 크다고 보여지는 곳들은 일단 통신사들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시 네트워크 인프라 역량이 필수적인 것은 당연하고, 특히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반드시 비수도권 입지에 세워야 하므로 이미 전국에 데이터센터를 확보한 이들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신규 구축도 물론 가능하지만 기존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게 열어둔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 KT, NHN 등의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들도 당연히 참여 후보군이다.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은 해외 기업에 대한 제한도 없기 때문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글로벌 CSP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실제 KT의 경우 MS와 이미 AI·클라우드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관계인 만큼 컨소시엄 구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성SDS와 LG CNS 등 IT서비스 업체들과 클라우드 매니지드서비스제공사(MSP)들도 컨소시엄 참여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이미 CSP(KT클라우드)가 있고 MS와도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거기에 MSP 몇 곳을 더해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체 CSP가 없는 SK텔레콤은 AWS 같은 해외 CSP도 물론 있지만 나중에 공공 사업을 하려면 일단 CSAP(클라우드보안인증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한 곳 이상 국내 CSP를 영입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꽤 리스크가 있어서 의외로 국내 CSP들은 단독 또는 컨소시엄 주 사업자로 나서기 보다 최소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단순히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많이 구매하고 끝이 아니라 냉각이라든지 최적화 측면에서 여러 운영적인 노하우와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좋은 도전 기회인 건 맞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그러나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이 사업 초기 높은 관심을 넘어 흥행 상태로 완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 이런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는 확실한 데이터를 가지고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AI 수요라든지 실제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며 “5월에는 사업참여계획서를 내야 하니 그 전에 어느 정도 참여 의지가 있는 컨소시엄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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