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단독] 현대차, 배터리 직접 생산 착수…NCM 기반 '소규모 양산' 추진

배태용 기자 , 고성현 기자

연구개발 넘어선 '소규모 양산' 추진

中 전기차 공세에 대응…설계·공급망 확보 전략

생산 장비 반입 진행 중…NCM 기반 자체 생산

현대차·기아 사옥.
현대차·기아 사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고성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본격 착수한다. 기존 연구개발(R&D) 목적의 배터리 생산을 넘어, 일정 수준의 양산 능력을 갖춘 신규 공정 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를 통해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받던 기존 전략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배터리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경기도 안성시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소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계획해 오던 연구개발(R&D)용 생산 라인 이외에도 일정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공정 라인 구축을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기존 배터리를 국내 셀 3사로부터 공급받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장기적인 주도권을 쥐는 '투 트랙' 방식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 셀 제조사 대비 원가·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영역인 데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외 삼성SDI로부터도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공급망을 다각화해둔 덕이다. 또 SK온과는 합작법인(JV) 추진 외에도 설계-위탁생산(파운드리) 구조로 이어지는 공급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 가속화와 CATL·BYD 등의 LFP 배터리 공세 강화가 현대차의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경우, 현대차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인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생산 규모와 배터리 셀 스펙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 삼원계 파우치 셀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금 구축하는 R&D용 라인 이후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신규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 규모가 정확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상 파일럿이나 시생산 수준이 아닌 소규모 양산이 가능한 규모"라고 전했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연구소 설립을 위해 안성시 제5일반산업단지 내에 관련 시설을 착공하고 있다. R&D 라인 용도로 반입할 장비 등을 협력사에 발주한 상태다. 생산 일부 상당수 장비가 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가 발주한 R&D 라인은 기존 양산과 같은 수준에 육박하는 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가 구축 중인 R&D용 라인은 1개 라인 구성으로 분당 생산량(ppm)이 30pp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파우치 셀 기준으로 30ppm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양산 수준과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 소규모 양산 프로젝트가 현대차의 연간 전기차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지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현재 현대차는 2026년 연간 17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배터리 내재화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의 자체 배터리 생산 역량을 구축하는 파일럿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일부 전기차 모델에는 현대차 자체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이번 행보는 배터리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일부 전기차 모델에서의 공급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안성에 배터리 R&D 시설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확정 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소규모라도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하면, 향후 배터리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며 "특히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배태용 기자 , 고성현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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