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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에 韓 반도체 영향에 촉각…복잡해진 투자·수출 셈법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본격 취임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세 부여와 대중 수출 규제 방식의 변화 등이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히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100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목표를 지지자·후원자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 언급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의 관심사로 꼽혔던 칩스법의 폐지 유무에 대해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은 칩스법을 이번 정권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밝히기도 했다.

칩스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내 기술 우위, 공급망 구축 등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 동안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과학 연구 증진에 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칩스법에 대해 "단 10센트의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들이 돈 없이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확보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당장 이를 폐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 공장 건설로 64억달러의 보조금을,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투자해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다. SKC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합작한 현지 법인 앱솔릭스도 칩스법에 따라 75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았고, 국가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NAPMP)에 따른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달러도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규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추진한 사례가 있는 만큼 중국으로의 제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 수출 제한 등 조치를 고려하는 점은 전 행정부의 기조와 유사하지만, 60% 관세 부과 등 파격적인 조치를 언급한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규제 강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돼 중국 메모리 공장에 장비 반입을 허가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요건을 박탈하거나 새로운 행정명령을 시행할 경우 상황이 뒤바뀔 우려가 있다. 시스템반도체 측면에서도 규제 범위가 확대되는 등 TSMC의 탈중국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던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향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HBM 성장에 따라 대미수출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가(1330억달러 규모)로 꼽히는 등 중국향 매출 비중이 높다.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질 경우 중국의 반도체 자립 목소리가 높아지고 국내 반도체 칩·소부장 기업의 수출에 장벽이 생긴다면 국내 생태계 전체의 매출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 관세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산엔 60%의 관세를, 멕시코 및 캐나다에는 25%의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하고, 이로 인한 국내 부가가치는 약 7조9000억원~10조6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멕시코, 캐나다에 25%, 중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가정 아래 반도체 수출 감소 효과는 4.7~8.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우려점이 있으나 중국의 첨단 및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과거 트럼프 정부가 거래를 중점으로 중국과의 관계의 변동성을 만들어낸 이력이 있어, 이에 대한 방향성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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