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5000억원 추산 온누리상품권 정상 운영 적신호…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25년 발행규모 5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온누리상품권의 정상적인 운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온누리상품권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정책 사업으로 소상공인시장공단이 발주처로 2025년 1월 1일부로 모바일 및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 신규 구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 운영 주사업자로 선정된 한국조폐공사(이하 조폐공사)와 이전 사업자인 비즈플레이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서비스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즈플레이는 12월 9일 조폐공사 성창훈 사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관련 위법행위 중단 요청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계자 처벌 등 관련 기관 및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다.
비즈플레이측은 오랜 기간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조폐공사가 플랫폼 이관 과정에서 비즈플레이의 핵심기술인 설계도(ERD)를 요구하면서 정보보안 확약서는 제공하지 않는 등 중소기업의 기술 자산을 위협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온누리상품권 시스템 구축은 2025년 1월 1일 오픈이 예정돼있었지만 구축중인 플랫폼의 DB문제와 카드사 연동 미비로 인해 소상공인시장공단은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와 KT에 2025년 2월 말까지 서비스를 연장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비즈플레이와 KT가 온누리상품권의 수요가 급증하는 연초 명절 기간에 서비스가 차질을 빚게되면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국민에게 막대한 불편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결제 대란을 막기 위해 연장 운영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비즈플레이와 한국조폐공사, 즉 전, 현 운영사업자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2025년 3월 정상적인 시스템 오픈 및 운영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비즈플레이 측은 운영이관 과정에서 현 사업자인 조폐공사가 시스템 설계도(ERD)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ERD는 시스템의 설계 원리와 데이터 구조를 설명하는 기술적 문서다. 이것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해당 기업의 핵심 기술력이 노출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RD가 유출되면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유사한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기술적 혁신과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불이익을 입게 된다.
관련업계에선 ERD에 대한 조건없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는 사실상 기술 탈취와 다름없는 행태로,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기술력을 근간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술 보호를 위해 정보보안 확약서 제공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것은 명백한 중소기업 경영 침해에 해당하며,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비즈플레이측은 또, 조폐공사가 자체 인력으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하도급을 통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조폐공사는 핑거를 운영사업 등 하도급 사업자로 선정해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 설계도(ERD)가 다시 한번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기도 하다.
비즈플레이측은 온누리상품권 운영 사업의 입찰 조건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리 업무의 하도급을 명확히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불법 하도급을 추진한 관련자에 대한 책임 또한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조폐공사는 차세대 지급결제 플랫폼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으로 사업 주도권은 조폐공사가 쥐고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3월로 예정된 시스템 오픈 일정을 두고도 사업자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신규 시스템 오픈이 충분한 준비 없이 강행될 경우 '서울페이' 결제 대란과 같은 대규모 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비즈플레이는 조페공사가 3월 1일 시스템을 오픈할 경우 비즈플레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전확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폐공사의 신규 플랫폼은 카드형과 모바일형을 통합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최소 6개월 이상의 실 테스트가 필수적인 것으로 관련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정대로라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사례도 있다.
2022~2023년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페이 사업에서 당시 구축 사업자였던 비즈플레이는 이번건과 동일한 이유로 직전 사업자로서 2개월 업무 연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시간에 쫒기던 주사업자인 금융사가 시스템을 오픈, 결국 결제대란이 발생했다. 이후 세 차례의 추가 연장 끝에 이관 기간에만 20개월이나 소요되며 시민과 소상공인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서울페이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규 플랫폼 운영 시 최소 6개월 이상의 실 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비즈플레이의 설명이다. 더욱이 조폐공사가 구축 중인 플랫폼은 모바일형과 카드형을 통합한 복잡한 시스템으로, 서울페이 결제 대란 당시보다 업무량과 리스크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폐공사는 2025년 3월 1일 정상 오픈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결제 대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비즈페이 측의 주장이다.
한편 업계에선 발주처인 소상공인시장공단이 이번 사업자간 갈등에 대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시스템 구축 일정의 현실적 재조정과 현 운영사업자와 이전 사업자간 원활한 업무이관을 위해서 발주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페이로 이미 성급한 시스템 오픈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2의 서울페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주처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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