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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구해줘]① 새 전략 발표해도 주가 내리막…시큰둥한 시장

이나연 기자

[편집자주] 토종 플랫폼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해외 SNS 사용 시간이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최근 몇 년간 우상향 실적을 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명품 플랫폼 등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동력을 얻은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플랫폼 업계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살펴본다.

지난 22일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리는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 메이트와의 새로운 연결, 카나나(Kanana)’를 주제로 카카오의 신규 AI 서비스인 ‘카나나’에 대해 소개했다. [ⓒ 카카오]
지난 22일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리는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 메이트와의 새로운 연결, 카나나(Kanana)’를 주제로 카카오의 신규 AI 서비스인 ‘카나나’에 대해 소개했다. [ⓒ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래 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 사가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와 전략을 속속 내놓는 상황이 무색하게 향후 성장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낮은 상황이다.

2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를 통해 신규 AI 메이트(mate·친구) 서비스 ‘카나나’를 최초 공개한 지난 22일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5.2% 급락했다. 기존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과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효과) 우려와 함께 수익화 방법 및 공식 출시 일정이 불투명한 지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2의 카카오톡’이자 ‘AI 비서 친구’라 불리는 카나나는 카카오가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처음 선보이는 AI 대화형 플랫폼이다. 연내 사내 테스트 버전으로 나올 예정인데 정식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내부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카카오는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여러 차례 발표 시점을 미뤄오다 공식 공개가 무산된 ‘코GPT 2.0’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방침으로 읽힌다. 카카오는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한 코GPT 2.0을 지난해 상반기 공개하려다 이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전사 사업에 큰 제동이 걸린 탓이다.

홍은택 당시 카카오 대표가 그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코GPT 2.0은 올해 10월 이후 나올 것”이라고 공언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대외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단순한 AI 모델 공개가 아닌 실제 서비스에 접목한 형태로 AI 사업성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회사로서는 이르면 내년 중 상용화될 카나나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시장 우려를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새로운 LLM과 사용자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지만 주가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네이버는 작년 8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단(DAN) 23’에서 자체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주가가 8.08% 하락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지난 2021년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것으로, 한국어, 영어를 동시 학습했다. 이 모델을 발표한 당일 네이버 주가는 6.26% 올랐지만 반짝 상승에 그쳤다. 이날 장 마감 이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가 트래피 과부하로 인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다.

챗GPT 대항마 격인 클로바X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창작·요약·추론·번역·코딩 등 다양한 답변을 제공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다. 네이버는 한 달 만에 검색 서비스 ‘큐(CUE):’도 연달아 선보였다. 이들 서비스는 이용자 환경 개선 차원에서 현재까지 무료로 시범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이용자 향 플랫폼에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익화를 꾀하려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세부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며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수익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회사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이달까지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교환한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는 70건이다. AI 개발 도구인 ‘클로바 스튜디오’도 2000곳 이상 공급했다.

네이버가 다음 달 11~12일 ‘DAN 24’ 통합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가운데 지난 1년 간 하이퍼클로바X 관련 성과를 포함해 AI 서비스와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이 공개될 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올들어 평균 31.6% 하락했다. 네이버는 26.24%, 카카오는 36.96% 주저앉았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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