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클라우드 내세우던 SAP vs IBM...3분기 실적 ‘희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전통적 IT 기업들이 AI 전환을 선언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SAP와 IBM이 올해 3분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IB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IT컨설팅까지 전반을 다루고, SAP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특화했지만 양사 모두 클라우드와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에서 두 기업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AP 올해 3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 늘어난 84억7000만유로(약 12조6300억원)로 집계됐다. 사업부문에선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43억5100만유로(약 6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향후 1년간 예약된 주문량을 의미하는 클라우드 백로그가 154억유로(약 23조원)까지 늘어나며 25%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독일 경제 침체 속에서도 SAP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AP 성장 동력은 클라우드와 AI 결합에 있다. 자체 데이터만으로 구동되는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고객당 평균 지출이 더 높았고, 여기에 AI 기능을 접목시켜 수익성을 높였다. 크리스티안 클라인 SAP CEO는 “3분기 신규 클라우드 거래 약 30%가 비즈니스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AI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SAP는 올해 클라우드‧소프트웨어 매출 전망을 290~295억유로에서 295~298억유로로 상향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 전망치도 170억유로에서 173억유로로 올렸다.
반면 IBM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 증가한 149억6800만달러(약 20조6780억원)를 기록했으나, 시장 예상치인 150억달러를 하회했다. 또한 3억3000만달러(약 456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부문별로는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부문이 10% 증가한 65억2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컨설팅 부문은 51억5200만달러로 성장이 정체됐다. 기업용 인프라 부문은 30억4200만달러로 7% 줄며 발목을 잡았다.
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AI 관련 사업 규모가 이미 3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3개월마다 10억달러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로 수요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IBM의 경우 푸르덴셜과의 일회성 연금 정산 비용이 실적 악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IBM은 지난 9월 연금 관련 리스크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푸르덴셜과 60억달러 규모 확정급여형 연금 책임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올해 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SAP는 실적 발표 후 뉴욕증시에서 3.54% 상승하며 연초 대비 48%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IBM은 실적 발표 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과 적자전환 소식에 시간외 거래에서 4%까지 급락했다.
두 기업이 3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갈린 이유는 기존 사업구조와 AI 전략 실행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SAP는 클라우드 중심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AI를 신속하게 통합해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연결했다. 반면 IBM은 AI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 하드웨어와 컨설팅 중심 전통적인 사업부문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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