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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4] “크래프톤 고정OT제, 포괄임금에 해당… 노동부 실태조사 필요”

문대찬 기자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10월25일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10월25일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약정된 시간보다 초과해서 근로할 경우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크래프톤의 고정OT(오버타임)제의 적법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안호영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환노위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에게 고정OT제도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크래프톤이 적용하고 있는 고정OT제는 법정수당별로 정액을 지급하고, 약정된 연장근로 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제도다. 시간 외 근로에 대한 수당을 기본 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와 구분된다.

크래프톤은 추가 근로에 수당을 지급하는 고정OT제를 운영 중이다.
크래프톤은 추가 근로에 수당을 지급하는 고정OT제를 운영 중이다.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등에 따른 야근이 잦은 게임업계는 과거 포괄임금제를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잦은 과로사가 발생하고, 고강도 근로에 따른 보상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포괄임금제는 게임업계에서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2023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게임업계 종사자는 2020년(82%)보다 약 15% 감소한 67%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9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소정근로시간(주40시간 기준) 내에서 월 단위로 직원들이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안 위원장은 크래프톤의 고정OT제가 근로 시간을 산정할 여지가 있다면서 포괄임금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원증을 태그하면 근무시간이 기록이 된다. 수동, 임의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보면 크래프톤의 고정OT제도는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을 향해 “형태로만 보면 고정OT제로 문제가 없는 계약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계약 내용대로 근무를 했는지, 근무한 내용대로 수당은 지급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IT업계는 실제 근무 시간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차관이 “약정 근로 시간보다 더 일을 많이 했을 때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보는 부분인데 법 위반 여부는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크래프톤 같은 경우 2023년 이후 저희한테 임금과 관련한 신고 등이 없다”고 답하자 안 위원장은 “임의로 근무 시간을 조절한다는 많은 제보가 있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위원장은 “크래프톤 외 여러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유지 중이다. 게임이 IT산업의 큰 축인 만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근로자를 ‘공짜노동’ 시키는 포괄임금제를 근절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서서 대책을 세우길 요청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에 김 차관은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제기된 문제는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업계 발전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욱 유연한 근로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재준 의원(국민의힘)은 김 대표에게 “크래프톤은 해외에서 2조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52시간 근로시간제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며 “환노위도 52시간을 못지키는데 기업에게 지키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기사 등을 통해 접했을 때 게임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이 한국의 개발 역량을 앞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걸로 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자율적인 근무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흰 법 제도 하에서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저희 업 특성상 창의성이 있어야 된다. 자율적인 근무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 마련된 제도를 회사 경쟁력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김 차관은 “근로시간 변화의 큰 방향성은 일을 더 시키고 돈을 덜 주는 것이 아니라 탄력성과 유연성을 강화해 실제 근무 시간을 단축시키고 건강권을 보호하자는 데 있다. 근무시간 유연화 주제를 수면 위로 올려 논의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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