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파두의 잇따른 수주 확보…서버·빅테크 손잡고 반전 노린다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지난해 상장 이후 충격적인 실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파두가 다시금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주력 고객사인 메타로 향하는 물량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파트너사인 웨스턴디지털(WDC)과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서버용 SSD 완제품 사업의 성과도 차츰 드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잃었던 시장 내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최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제품 'DC SN861 SSD'가 엔비디아 'GB200 NVL72'용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GB200은 엔비디아가 내년 본격 출시하는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인공지능(AI)용 GPGPU 칩이며, GB200 NVL72는 이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서버 랙 스케일 솔루션이다.
eSSD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기준 43.2%(트렌드포스 집계 기준)로 1위를, SK하이닉스가 31.8%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웨스턴디지털은 2.9%로 5위에 그치고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높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다. 이러한 가운데 신규 eSSD가 AI용 서버 솔루션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제품의 인증을 통과한 것은 향후 경쟁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엔비디아 제품 인증 성과에는 국내 팹리스 기업인 파두의 SSD컨트롤러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두는 당초 메타의 데이터센터향 SSD컨트롤러를 SK하이닉스 제품을 통해 납품해왔으나, 올해 들어 해외 낸드 제조사인 웨스턴디지털을 추가 고객사로 확보하며 공급 판도를 넓힌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웨스턴디지털과 차세대 SSD 데이터 보완 기술인 'FDP(Flexible Data Placement)'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며 협력의 밀도를 높인 상황이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과잉 공급 및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으로 밀렸던 메타로의 수주도 다시금 시현되는 모습이다. 파두는 지난 10일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30억원 규모의 eSSD 컨트롤러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공시의 국내 반도체 제조사를 SK하이닉스로, 최종 고객사를 메타로 내다보고 있다.
서버 OEM 업체를 겨냥한 SSD 사업도 차츰 성과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현재 파두는 자체 개발한 SSD컨트롤러를 활용해 OEM 방식으로 SSD 완제품을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 사업에 대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첫 단추를 뀄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파두는 26억원 규모의 SSD 완제품을 서버 제조업체의 구매 대행사에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서버 제조업체를 글로벌 OEM 업체인 델 테크놀로지스로 추정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SSD는 높아진 컴퓨팅 시스템의 전력 소모와 불안정한 SSD의 수명 등으로 안정성·전력 대비 고성능을 구현하는 SSD컨트롤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SSD 업체가 이를 채택한 것은 파두가 SSD컨트롤러와 관련해 성능적 이점과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수주와 함께 매출이 회복 궤도에 접어들면서 파두가 지난해 충격 실적으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두는 지난해 상장 이후 공개된 2분기, 3분기 실적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으며 의혹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파두는 2분기 매출 5800만원, 영업손실 43억1300만원의 실적을, 3분기 매출 3억2000만원, 영업손실 152억7500만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전 공언했던 목표 대비 한참 못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은 2022년(564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급락한 224억원으로 마무리했다.
그러자 금융업계 등에서는 파두가 상장 이전 관련 매출 급락을 의도적으로 감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사는 당시 입장문에서 상장을 위해 매출을 숨기는 부정적인 의도가 없었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소폭 회복하면서 올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실적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분위기다. 파두의 상반기 기준 매출은 약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8% 줄었고, 영업손실은 384억원으로 손실 폭이 늘어났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1분기에는 매출 23억원, 2분기에는 70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회복에 성공했다. 다만 2분기부터 SSD 모듈·완제품 사업의 매출 비중 확대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며 영업손실은 1분기(162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221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 확대에 따른 우려에도 업계 내에서는 파두의 실적이 차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존하는 모습이다. 팹리스 특성상 납품 초반에는 높은 개발비용과 적은 납품 수량에 따른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고객사 확대로 납품 이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차츰 관련 공급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파두가 확보한 수주잔고가 완전히 시현되지 않았다는 점도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중 하나다. 반기 보고서 기준(6월 30일) 파두는 1749만7000달러(한화 약 238억원)의 수주를 확보한 바 있으며, 현재 남은 수주잔고는 3/4 가량인 1398만5000달러(약 190억원)이다. 아울러 지난 5월부터 체결된 공시 상 계약기간이 대부분 올해 말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수주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 중 매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업적인 측면만 두고 봤을 때 파두의 SSD컨트롤러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수요가 높아지는 AI 데이터센터로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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