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신중론…"제도적 유지 장치 필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하 및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한 법적장치 논의가 우선돼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현‧이훈기 의원실 주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단통법은 첫 시행 이후 매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차별을 야기한 유통구조의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원가를 주고, 누구는 반값에 구매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이통사 간 경쟁도 사라졌다. 단통법 시행으로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경쟁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이통3사의 점유율도 고착화됐고, 소비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도 더뎌졌다.
다만,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민수 교수는 단통법 전면 폐지는 해당 법의 긍정적 효과마저 잠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폐지에 따른 제도적 유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0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수 발생가능성을 줄인다는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당초 단통법 도입의 취지를 고려한 개선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 교수는 “단통법 폐지에 따라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고, 또 자원이 모두 소진된다면 그때 정부는 이통사의 요금 및 품질 경쟁을 어떻게 유도하겠냐”라며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네트워크 설비 및 서비스 혜택 등 이용자 후생을 위한 궁극적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통사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의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신 교수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크게 ▲단말기 유통 체계를 통한 대안(완전자급제, 절충형 완전자급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단말기 유통법 취지 유지 ▲단말기 유통법 폐지 하의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정(분리공시)으로 새로운 유통법 입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는 이동통신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만 판매하는 구조다. 이는 투명한 단말 유통 구조를 확보해 이통사와 제조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이는 결국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요금이 인하되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제조사의 영업비용이 늘면서 단말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특히, 통신시장에서 저렴한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 조합으로 차별을 꾀해왔던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악화도 우려됐다. 이통사가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 경쟁력은 열위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말과 서비스 시장 분리로 소비자들이 각각을 별도 구입하는데 따른 불편함과 ‘이중마진 문제’도 지적됐다.
‘절충형(부분적)완전자급제’는 이통사의 재위탁을 받은 단말판매점에 한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가능하도록 해 완전자급제를 보완했다. 완전자급제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이통사에서도 통신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금 지급을 허용해 이통사가 서비스가 아닌 지원금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용이 오히려 이통사로 하여금 지원금 경쟁에만 매몰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단말을 공급받기 위한 여유가 없는 판매점이 증가하면서 통신사 대리점이 통신과 단말 판매가 가능한 판매점으로 변형되면서 기존의 유통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현재는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위법행위는 통신사가 100%로 책임을 가지고 규제를 받고 있다"라며 "(절출형 완전자급제 도입시) 통신사보다 제조사의 단말 유통시장 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어 이와 관련한 법 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자급제 법제화는 중저가 단말 유통 및 경쟁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부분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자급제 단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통해 중저가 단말 확충이 과연 필요할 것인가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말과 서비스가 아닌, 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각각 분리 공시하는 ‘지원금 분리공시제’도 거론됐다. 분리공시제의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각각 분리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가능한 제도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현재 제조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과점 구조로, 삼성전자가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며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된 바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예컨대, 보조금 30만원 가운데 제조사의 보조금이 10만원이라면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의 10만원이 거품이라고 여길거고, 이는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보조금만큼 출고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신 교수는 "단통법 폐지 전 최소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준비가 되고 차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단통법 폐지를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으로 고민할 부분은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6G나 AI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키면서, 소비자의 편익은 증대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것이냐”라며 “이용자 후생 증대와 통신 시장 성장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것 이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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