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보고서] 각형 전고체 배터리 꿈꾸는 삼성SDI…해리스 등장에 숨돌린 K배터리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美서 코팅만해도 AMPC 받는 '분리막'…업계 저울질 이유는?
분리막 제조 공정 중코팅만 미국 현지에서 하더라도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최종안에도 국내 분리막 기업들은 여전히 북미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커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IRA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30D) 및 해외우려기관(FEOC) 등 최종 가이던스에는 분리막과 같은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50% 이상 제조 및 조립해야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구성 요소 중 단 한 곳이라도 FEOC에서 조달받을 경우, IRA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 구성 요소 중 분리막은 '코팅 분리막'만 포함, 재료는 포함하지 않았다. 재료가 배터리 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국내 분리막 기업들의 미국 사업 환경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분리막은 원단이 되는 폴리에틸렌(PE)을 국내 업체에서 주로 매입, 제품으로 성형한 다음 코팅해 제품화하는데, 원단 가공 등은 미국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AMPC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서다. 미국에 완전한 생산 라인을 구축하지 않고, 코팅 공정만 위한 라인만 구축하면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국내 다수 분리막 기업은 북미 진출을 검토할 뿐, 투자를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 이슈 등에 따라 정책 변동성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큼 다가온 전고체 세상…떠오르는 '할라이드계'
"최근에 와서 전고체 전지는 '할라이드계'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고체 전지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하나의 비밀 무기로 생각하고 있는 수준이고, 이외 다른 국가 기업들도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은 23일 강남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 1회 'SNE 배터리데이' 발표자로 나서, 글로벌 배터리 리더들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에 관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본격화하며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방전시간, 출력, 안전성, 가격, 수명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배터리 개발이 지금의 재즘에서 탈출할 핵심 키(Key)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고체 전해질이 자리하고 있다.
고체 전해질은 종류에 따라 무기계, 폴리머계, 유무기 하이브리드계로 나뉜다. 현재까지 발굴된 무기계 고체 전해질 소재는 물질을 구성하는 음이온 종류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할라이드계 소재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이 부사장은 최근 할라이드계가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할라이드계 고체 전해질은 2018년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이 높은 이온전도도를 갖는 소재를 발굴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라며 "일본, 중국, 한국, 캐나다, 미국, 독일 등 산⋅학계 쪽을 중심으로 해서 활발하게 연구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 "전고체 배터리, 각형 폼팩터 유력"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을 위해서 궁극적으론 각형 폼택터로 가게 될 겁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중대형상품기획팀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SNE 배터리데이'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고 부사장은 "전고체 전지 자체는 안전한데 외부에서 열전이나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파우치형 배터리는 불에 잘 타는 특성이 있다"라며 "외장재 자체의 안전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올해 초 한국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 ASB(All Solid Battery)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재 삼성SDI가 양산 중인 삼원계각형 배터리(P5)와 비교해 약 40%가량 향상된 에너지 밀도 900와트시리터(Wh/L)의 성능을 갖고 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고 부사장은 2027년 첫 양산품이 각형 전지가 될지에 대해선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형 폼팩터를 위한 기술 진척은 상당 부분 진행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전고체 전해질과 전극 간의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고 이온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가압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선 균일한 가압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셀 단위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더라도, 팩 단위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대안 찾기' 나선 LG엔솔·SK온, 각형이 해답될까
전기차 시장의 수요 일시적 정체기(캐즘)가 길어지면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영위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폼팩터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파우치 특유의 안정성과 가격이 걸림돌이 되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서다. 또 46파이(지름 46mm) 등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가 대량 양산 및 적용 시기 면에서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형을 향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각각 각형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각형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공급하기 위한 고객사와의 논의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올해 초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집중했던 인력을 각형에 투입해 고객사와의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파우치 타입을 낙점하고 관련 수주 확보에 주력해왔다. 파우치형 배터리가 전기차 주행거리, 차체 디자인 자유도 면에서 높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덕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얇은 알루미늄 필름에 압착된 전극을 채운 배터리로, 폼팩터 중 가장 높은 에너지밀도와 낮은 무게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소비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 등 전기차 출시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배터리 개발 트렌드가 주행거리에서 충전속도로 바뀌면서 파우치형 배터리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됐다. 원통형·각형과 달리 가스 배출구가 없어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현상(Swelling)에 취약한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파우치 배터리를 택한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폴란드 가동률은 전체 생산능력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이 약 86GWh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실적 타격이 있는 셈이다. SK온 역시 헝가리·중국·미국 등 주요 글로벌 거점 가동률이 저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음극재 사업 쉽지 않네'…포스코퓨처엠, 2분기 영업이익 '뚝'
음극재 사업 적자 여파로 올해 2분기 포스코퓨처엠의 실적이 뚝 떨어졌다.
포스코퓨처엠이 25일 기업설명회를 개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9155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매출 1조1930억원, 영업이익 521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3.3%, 94.8%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손실은 111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주력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마진율도 지속 개선 중이나, 원료가격 약세로 인해 영업이익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소재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33억원과 13억원을 기록했다. 리튬, 니켈 등 주요 원료가격의 하락으로 1분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가동 초기 높은 제조원가로 인한 음극재 재고평가손실 186억원이 발생, 고부가가치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N86, N87, NCA)의 판매량 증가와 수율 개선으로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필에너지, '1596억 수주' 반영 기대감↑…반기 만에 작년 매출 근접
필에너지가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의 2/3 가량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수주한 1596억원의 장비 수주가 이번 2분기 중 대부분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반기 역시 주요 고객사의 미국·유럽 권역 투자 지속에 따라 수주 확보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필에너지는 26일 지난해 9월 25일 수주했던 1596억원 규모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건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계약상대방과의 협의에 따라 계약종료일과 유보기한 변경 기간이 이달 29일에서 내년 6월 30일로 변경된 것이 주된 골자다.
필에너지는 공시를 통해 "정정공시일(7월 26일) 현재 계약금액의 90%가 입금 완료됐으며, 향후 납품된 설비의 셋업이 완료되면 잔여분에 대해 이행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계약 공시의 상대방(고객사)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북미에 합작한 '스타플러스 에너지'를 향한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장비 납품은 6개월~1년 사이 리드타임을 거쳐 공장에 납품된 후 셋업이 완료되면 잔금을 받는 구조다. 셋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필에너지는 상반기 중 1596억원의 90%인 1437억원 가량을 납입 받아 매출로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리스 반격 본격화…한 시름 놓는 'K-배터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 대체자 해리스 부통령이 예상 이상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등 미국 대선 정국이 다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자 였을 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리스크가 커졌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친환경 정책을 적극 지지, 탄소 배출 감소와 재생 에너지 전환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인물인 만큼, 배터리 업계는 희망을 걸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상한 가운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턱밑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미 CNN이 SSRS와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해리스 부통령을,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인 22~23일 유권자 16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약간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오차범위 수준으로 사실상 박빙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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