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설립 취지 실종된 인터넷전문은행… '제4 인뱅' 굳이 필요한가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전통) 은행들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죠."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서로간의 점유율을 뺐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같이 비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취지에도 나와있듯이 시중은행과 다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을텐데, 지나치게 성장성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 1분기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줄줄이 기록했다.
그 배경에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대환대출 갈아타기' 효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 시중은행들보타 싼 대출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손쉽게 고객을 뺏어온 것이다. 이는 더이상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클릭 몇번만으로 '이자 갈이타기'가 간편하도록 조치해준 정부의 '대환대출' 플랫폼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1분기 말 주담대 잔액(전월세 대출 포함)은 약 31조396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7.91%, 전년 동기 대비 87.5%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물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에겐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을 향한 이 같은 비판은 지난 1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세미나에서도 줄줄이 제기됐다.
이날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기존에 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시중은행과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가 아쉽다"며 "특히 대환영업은 저희들이 생각했던 혁신과 포용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영역에서 수익을 계속 내고 있는데, 그것이 원래의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든다"고 언급했다.
신용도가 낮거나 신용데이터가 부적한 씬파일러 등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수익 안정화'와 '은행권 경쟁 촉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도 혁신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확실히 은행 앱을 통해 거래하는 것 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용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 편한 부분이 큰 것 같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는 이를 제외하면 인터넷전문은행만의 혁신적인 경쟁력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외화 환전수수료 무료 서비스' 정도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이미 시중은행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줄줄이 선보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경쟁력도 아쉽다는 지적도 여기저기 쏟아졌다. 대출 금리는 높은 데 반해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초기(2017년부터 2019년까지)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다른 은행 대비 평균 예금금리가 높았으나 그 이후에는 역전됐다. 평균 대출금리도 2021년까지는 지방은행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타 은행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성·포용성'을 골자로 내세운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취지를 돌아보면 '가혹한 잣대'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영업으로 비용을 절감해 기존 은행 대비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하고, 새로운 대안신용평가 개발과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것이 설립의 취지"라고 역설한 바 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활동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인뱅 선배'로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돌아보고 혁신의 성과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인뱅만의 색깔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혁신과 차별화된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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