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인사태’ 네이버 결정에 맡긴다는 정부, 안일한 처사”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일본 정부가 작년 라인(LINE)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운영사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선 가운데, 공무원 노조와 시민단체 등 업계 안팎에서 일본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최근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와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지만, 상황을 관망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라인 지분매각에 대한 일본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만큼, 더 확실한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오는 7월1일로 요구된 일본 정부 행정지도에 대한 네이버의 답변 기한을 연말이나 1년 뒤로 연장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가 중장기 글로벌 사업 전략하에 충분한 고민과 협상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9일 위정현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일본 정부의 네이버 압박을 통한 지분 매각 협상 확인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가 라인 사태에 대한 사안을 네이버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는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못 보고 하는 안일한 처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개별 기업이 일본 정부에 직접 항의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네이버는 최소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기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위정현 준비위원장 생각이다.
위 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들 거라면 구글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도 모든 데이터를 일본 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만일 이 사안에 한국계 기업에만 엄격하다면 이는 우방인 한국에 대한 중대한 차별행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번 라인 정보 유출 사태도 철저하게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법에 입각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기업에 대한 지분매각 요구라는 자의적인 행정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 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일본 정부의 라인 매각 압박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노조는 “라인은 한국 기업 네이버가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례다. 이런 중요한 자산이 외국 정부 압력에 의해 흔들릴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더욱 강력한 통제와 경영권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한국 기업의 권리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공무원 노조는 “일본 정부의 불합리한 요구에 맞서 우리 기업과 국가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국가의 자존심은 물론,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하고 필수적인 조치”라며 “정부 대응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 위상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악성코드에 감염되자 내부 시스템 일부를 공유하는 라인야후에서 약 52만건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 요구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최대주주(지분 64.5%)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다. 이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A홀딩스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추가 인수해 과반을 확보하면 네이버는 라인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일본 총무성은 이 행정지도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측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네이버에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매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또 기존 이사회의 개편으로 유일한 한국인 임원이자 ‘라인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네이버 지우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인야후는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네이버클라우드에 맡겼던 서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대한 위탁 업무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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