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네이버와 '헤어질 결심' 공식화…라인 아버지 퇴임·지분 매각 요청(종합)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일본 국민 메신저인 ‘라인(LINE)’의 일본 운영사 라인야후가 사실상 네이버 지우기에 나섰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라인야후는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네이버와의 시스템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다. 여기에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 임원이던 네이버 출신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재편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악성코드에 감염되자 내부 시스템 일부를 공유하는 라인야후에서 약 52만건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 요구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라인야후 CEO “네이버에 자본 변경 요청”…사내이사 물러난 라인 아버지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야후 실적 발표회에서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데자와 CEO는 일본 총무성이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배경에 대해선 “(라인야후가) 대주주이자 업무 위탁처인 네이버에 강하게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국 자본이어서가 아니라 위탁처가 대주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상을 진행 중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어 구체적 언급은 삼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최대주주(지분 64.5%)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다. 일본 총무성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을 추가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기에 이를 개선하고자 네이버가 가진 라인 지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게 표면적인 주장이다. 실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추가 인수해 과반을 확보하면 네이버는 라인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라인야후는 네이버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우선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한다. 이데자와 CEO는 “올해 사업연도에 보안 강화를 위해 150억엔(한화 약 1300억원)의 비용을 계상할 것이라며 네이버에 대한 위탁 종료 계획은 7월 중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야후는 보안 거버넌스의 개선과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1명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늘리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던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상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에서 빠지면서 향후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이사회가 신중호 CPO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하면서 새 이사회 구성원(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은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된다. 신 CPO와 함께 오케타니 다쿠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라인야후 출범 당시 이사회에 합류한 신 CPO는 NHN재팬 시절 메신저 라인 개발을 주도해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는 앞서 지난 3월31일 스톡옵션 3000만주 가량을 포기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선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남은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해당 결정이 신 CPO가 라인야후 경영에서 배제될 거란 신호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데자와 CEO는 “경질로는 보지 말아달라”고 해명했지만, 신 CPO의 이번 사내이사 사임 결정 또한 작년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경질성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고민 빠진 네이버, 정부도 지원사격 재강조…9일 소뱅 결산 발표 분기점 될까
네이버 측은 라인야후 실적 발표회와 관련해 “신 CPO의 사내이사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이라며 “회사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라인야후 지분 관계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라고 전했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한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따를지 말지의 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시점인 작년부터 네이버를 비롯해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소통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의사 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장관은 “‘과기정통부에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냐’란 지적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민감한 경영 판단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협력 및 소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9일 소프트뱅크 결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지분 조정 방안 등 네이버와의 협상 방침이 언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인야후 지분 조정과 관련해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다만 거래 금액 등에서 양측 견해 차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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