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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주총] '7만 전자' 타개책에 쏠린 주주 시선...호통부터 당부, 퇴사 의사여부까지 삼성 주총장 '말말말'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경영진 13인이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지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경영진 13인이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지는 모습.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실적 위주의 경영을 했던 고 이병철 회장이 생각난다. 망가진 삼성전자 실적에 주주도 피눈물 흘리고 있다. 실적 부진 책임지고 임원분들께서 사퇴할 생각은 없나."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주로 실적 개선과 주가 부진 극복 방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호통과 당부, 질책까지 다양한 발언이 오갔다.

먼저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내내 7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도 이른바 '7만 전자'에 머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7만원대 초반으로 지지부진하다. 이런 원인이 HBM 사업 경쟁력에서 뒤처진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SK하이닉스보다 먼저 HBM을 먼저 개발했지만 지금 SK하이닉스보다 주가가 낮다. 트렌드를 읽었다면 비즈니스 아이템을 도출하는 인사이트를 내놨어야 한다" 등 HBM과 연관해 SK하이닉스와 비교하는 발언도 수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드린다"면서도 "주가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M&A에 대해서는 깜짝 발표했다. 그는 "그동안 M&A를 안 한 건 아니다. 이매진 본사를 M&A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했다"며 "여러분이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하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M&A는 많은 부분 진척했다.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합병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주주분들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 주주가 질의 하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 주주가 질의 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날 주총에는 한 부회장을 경계현 DS부문장 사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등 경영진 13명이 참석해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해당 시간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 주주가 "작년에 (DS부문 시설 투자에) 48조원의 설비 투자를 하고도 적자 나는 회사는 삼성전자밖에 없다. R&D도 이익이 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다운턴 이후에는 반드시 업턴이 온다. 다운턴 때 투자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지만, 투자를 잘 못해두면 업턴에 이익을 향유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균등한 투자를 진행한다. 지난해 사업을 잘 못했지만,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쌓아서 경쟁력 있는 삼성전자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MX부문에는 갤럭시 AI를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23 외에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 부문장 사장은 "갤럭시 AI 확산은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면서 갤럭시 AI를 현재 S22 시리즈에 탑재할 수 없는 이유로 "갤럭시 AI가 클라우드 베이스 AI일뿐 아니라 하드웨어 성능에 영향을 받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영 책임을 물어 사퇴 의사를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주총장이 잠시 얼어붙기도 했다. 다양한 발언이 조명됐던 이날 삼성전자 주총은 재무제표 및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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