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37조원 빅딜…시스코-스플렁크 연합, ‘보안’ 시너지 기대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이종현 기자] 글로벌 네트워크 최강자 시스코 시스템즈(이하 시스코)가 사이버보안 기업 스플렁크를 인수한다. 인수 금액만 무려 280억달러(한화로 약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시스코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에 시스코의 역대 최대 M&A는 지난 2006년 69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케이블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사이언티픽 아틀란타’다. 이번 인수는 이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로, 앞서 지난해에도 시스코는 200억달러에 스플렁크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21일(현지시각) 시스코는 스플렁크와 280억달러 인수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밝혔다. 시스코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기업으로 전세계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 보안(Secure network)'을 중심으로 보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확장된 탐지 및 대응(XDR), 보안 접근 서비스 에지(SASE),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등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위한 솔루션‧서비스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이처럼 보안영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네트워크 장비’ 기업 이미지가 강해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스코는 이번 인수를 통해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추고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인수하는 스플렁크의 경우, 다양한 보안 솔루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보안 정보 이벤트 관리(SIEM) 선두 기업이다.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및 대응(SOAR) 기술도 갖췄다.
이와 함께 최근엔 인공지능(AI) 기반 제품인 ‘스플렁크 AI’를 출시하며 SIEM과 옵저버빌리티(가시성)의 연결성을 강화해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일 로그인 환경에서 SIEM과 옵저버빌리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제품은 시스코가 갖추지 못한 영역이다. 시스코가 보유한 보안 포트폴리오에 스플렁크의 플랫폼이 통합됨으로써 엔드포인트부터 애플리케이션(앱),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전반에 대한 보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스코가 최근 힘주어 온 XDR과 서브스크립션(구독) 전략을 한층 강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지난 7월 마감된 2022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11% 늘어난 57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스플렁크는 약 40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은 2024년 3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스코는 이번 인수 거래가 종료된 첫 해에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매출총이익률이 증가해 두번째 해에 비일반회계기준(GAAP) 주당순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개리 스틸 스플렁크 최고경영자(CEO)는 시스코의 ‘리더십 팀’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AI 시대에 보안과 옵저버빌리티(가시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코 척 로빈스 CEO는 “시스코와 스플렁크가 결합됨으로써 위협 탐지 및 대응부터 위협 예측과 예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모의 조직을 더 안전하고 탄력적으로 만들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펴 시스코와 스플렁크는 한국에서도 각각 지사를 두고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에도 적지 않은 사용자가 각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스플렁크가 최종 편입될 경우 국내 보안시장에서 시스코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도 스플렁크 인력들이 시스코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코 한국지사는 2022 회계연도(2021년 8월~2022년 7월)에 6215억원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인력은 지난해 기준 330명이다.
시스코는 인수 발표 이후 53.3달러로 3.8%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반면 스플렁크는 145달러로 21.2% 상승 마감했다. 시스코가 주당 157달러에 인수를 제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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