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후폭풍] <상> 대통령 말 한마디에 16.6% 줄어든 예산…전략기술·젊은과학자 지원 늘렸다지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간의 R&D 관행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했다. 이후 2024년 정부R&D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6월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하루 앞두고 전면 백지화되는 사태를 맞이한다.
이어 8월22일 발표된 내년도 전체 국가 R&D 예산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대비 16.6% 감소한 5조2000억원으로 줄어든 25조9000원을 배정되며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다만 이후 과학기술정보과학부(과기정통부)는 실질적인 정부 R&D 예산 감축 규모가 16.6%가 아닌 10.9%라고 정정했다. 감액된 5조2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은 R&D에서 일반재정으로 예산이 재분류됐다는 설명이다.
◆R&D 다이어트?…전체 예산 5% 벽 무너져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R&D 삭감을 ‘다이어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동안 과도하게 늘어난 R&D 예산의 걷어내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 본부장은 “국가 R&D 예산이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가는데 12년 걸렸지만,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가는데는 4년밖에 안 걸렸다”며 “이 과정에서 비효율과 낭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급격히 늘어난 체중을 다이어트를 통해 몸을 좀 슬림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또 달려간다면 더 건전한 육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올해 예산에서 다른 분야는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산업·중기는 18%, SOC(사회간접자본) 10.2%, 문화 6.5% 등이 줄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과기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장기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지원돼야 하는 R&D 예산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R&D를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면서 연구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과 글로벌 연구, 미래 세대 육성을 위한 젊은 과학자 지원에선 예산을 증액했다는 설명이지만, 당장 성과를 드러내기 힘든 기초연구 분야의 타격이 우려된다. 실제 내년 R&D 예산에서 기초연구는 6.2%,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은 10.8% 줄었다.
특히 매년 정부 총지출의 5%를 R&D에 투자하던 기조가 무너졌다. 내년도 전체 예산안 대비 국가 R&D예산은 3.9%이다. 2000년대 이후 이 비율이 4%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과제에도 담겨있던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내용을 뒤집은 셈이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내년도 감액된 5조2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은 R&D에서 일반재정으로 예산을 재분류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감축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이 비율로 보면 총지출 대비 R&D예산은 4.2%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젊은 과학자 지원 규모 42% 증가? 유사사업 예산은 줄어
정부는 전체 예산은 줄었지만, 12대 국가전략기술과 글로벌 연구, 미래 세대 육성을 위한 젊은 과학자 지원에선 증액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전략기술은 올해 4조7000억원보다 6.1% 증가한 5조원을 투자하고, 이중 ▲첨단바이오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대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또, 젊은 과학자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 규모가 2024년 7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박사후연구원(포닥) 등의 국내외 연수지원은 세종과학펠로우십 과제를 확대하며 올해 대비 290억원 늘린 1661억원, 신진연구자 연구실 조기정착지원과 우수신진연구,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등에는 1038억원 증액한 3232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신진연구자의 연구 기회를 확대하고 조기 연구 정착을 유도하는 생애첫연구 사업은 48.6% 삭감된 131억2300만원, 개인기초연구 지원 예산인 기본연구는 66.3% 감소한 765억5700만원이 배정되는 등 유사한 성격의 기존 사업을 삭감하고, 이를 신규예산으로 편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초연구를 주로 담당하는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약 10.8%를 삭감된 2조1000억원에 그쳤다. 대신 과기정통부는 국가 임무를 통합 수행할 수 있도록 통합예산 1000억원을 새롭게 반영했다고 밝혔다.
주 본부장은 “출연연은 국가 세금으로 국가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기관인데, 지난 4년간 연구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라며 “신설된 통합 재원도 1000억원을 통해 출연연 간 칸막이를 없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그동안 카르텔적 요소가 없었다고 완벽하게 부정하긴 어렵다”며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보조금의 사업과 단기적으로 예산이 급격하게 늘었던 감염병·소부장 등 분야에서 감액이 많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누적돼 왔던 비효율을 걷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R&D 예산 가운데 과학기술 뿐 아니라 정보통신분야 R&D 사업 예산도 올해부터 3000억원 이상 삭감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미래 첨단기술 분야 경쟁력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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