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브라이언(김범수), 노조와 대화하자” 판교역 광장에 모인 카카오 직원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브라이언(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마지막으로 대면했던 자리는 바로 5년 전 카카오 커머스 분사 시기였습니다. 당시 브라이언은 무리하게 분사를 추진했던 과정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 후 5년 동안 브라이언과 진솔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국정감사에는 출석해도 크루들과의 대화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6일 오후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 아지트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 일대에서 이같이 외쳤다. 서승욱 지회장이 올라선 집회용 트럭에는 이번 집회 명인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1차 행동. 카카오를 구하라’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명칭인 ‘크루 유니언’ 글씨가 박힌 검정 티셔츠를 입은 노조원들은 ‘일방적 리더십 이제 그만’, ‘경영실패 책임 떠넘기지 말고 고용안정 책임져라’, ‘무책임 회전문 인사 브라이언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일제히 화답했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계열사들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이 경영진 사과와 책임경영을 요구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날 현장에는 카카오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 지부를 비롯해 카카오·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헬스케어·카카오브레인·카카오게임즈 등 10곳이 넘는 카카오 공동체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는 약 200명으로, 카카오 노조가 준비한 집회 퍼포먼스용 우산과 피켓 300여개는 당일 모두 소진됐다.
◆고용불안에 떠는 카카오 계열사들…“김범수 센터장도 책임 있어”
투쟁발언에 나선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성원들이 호소 중인 고용불안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냈다.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고통이 직원들에게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현 사태 원인이 경영실패인데도 백상엽 전 대표는 사과도 없이 떠나더니 고문 계약을 해 아직까지 회사 곳간을 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또한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자격 없는 대표를 선임하고 아무 준비도 안 된 크루들을 내몰았던 사태에 책임을 요구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아키에이지’ 개발팀 소속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사내 전환배치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지난 3월 엑스엘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워’는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6위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지만, 누적된 적자로 회사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분회장은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이 시행되고 있다”며 “아키에이지워는 구글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며 회사는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 했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고 말했다. 앞서 엑스엘게임즈는 올 상반기 성과를 낸 아키에이지워 개발팀에는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기존 아키에이지 팀에는 구조조정 통보를 전한 바 있다.
◆노조가 홍은택 대표 아닌 김범수 센터장 소환하는 이유
서승욱 크루유니언지회장은 결의 발언을 통해 “카카오 상황은 항상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보통 예상되는 갈등 충돌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매각 사태에서도 우리가 바란 것은 변화에 대한 거부가 아닌, 앞으로 카카오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가 계열사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회사에 바라는 바는 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다. 실질적 총책임자인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아닌,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에 끊임없는 소통을 요구하는 이유다.
경영진에 대한 절차적인 부분은 이사회·주주 권한에 가깝다는 것이 서 지회장 생각이다. 서 지회장은 “작년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재무적인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는데도 올해 이사회가 백상엽 전 대표를 연임하기로 했다”면서 “견제나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의문이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8~9월부터 본사와 진행할 단체협약을 중심으로 해당 요구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 지회장은 “현재까지 전환배치 등 조직 개편 등에 있어 회사에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은 논의가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항의서한은 카카오 CA협의체(전 CAC) 인사 담당자가 수령했다. 노조 측은 노조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피켓시위 등 단체행동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크루유니언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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