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을 연봉에 빗댄 이마트 강희석 “신세계유니버스클럽, 연봉 5% 인상 효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잘 쓰면 연봉이 5%쯤 오르는 효과가 있습니다.”
8일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온·오프라인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출시를 선언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발언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월 3만원 가입비를 내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재테크나 페이백 프로그램이 아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서 내세우는 건 G마켓과 SSG닷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에서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제조음료 주문 시 별 추가 적립을 제공한다.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선 먼저 소비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혜택을 재테크 관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날 강희석 대표는 상품 구매 때 할인·적립 혜택 받는 것을 연말 보너스, 연봉 인상에 비유했다. 신세계그룹 내 상당수 상품에 부여한 혜택을 이용하면 임직원에 버금가는 할인 혜택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신세계그룹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6개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할인과 무료 식음료 등을 두루 받는다면 1년에 200만원 이상 혜택을 누린다며 “연말 보너스처럼 돈을 벌어주는 멤버십”이라고 치켜세웠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계열사별 5% 혜택엔 한도가 있다. 가령 이마트는 멤버십 가입 때 매월 5% 할인쿠폰 4장을 지급하지만 이는 5만원 이상 구매 때 최대 3000원이라는 한도가 붙는다. SSG닷컴에서도 매월 5% 할인 쿠폰을 3장 지급하지만 최대 2만원까지 할인된다.
즉 신세계그룹이 언급하는 연 최대 200만원 혜택을 받기 위해선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 곳곳에서 200만원보다 몇 배 수준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유료 멤버십이 과잉 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오히려 혜택을 받으려고 구매 조건을 채우다 보면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강 대표는 “수많은 대형 행사를 통해 가격 할인을 하다보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현명하게 판단한다”며 “우리가 가진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측면을 과소비 조장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은 없으나, 이런 부분은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이렇게 과도한 비유까지 하면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온·오프 통합 생태계를 앞세워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는 ‘신세계 유니버스’ 미래 전략을 채택했다. 과거와 달라진 ‘디지털 유통’ 시장에서 개개인 소비자 수요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을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며 “신세계그룹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가 돼 시너지를 창출하면 유일무이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정 부회장이 계획한 미래 전략을 이루는 첫번째 핵심 수단이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세분화된 쇼핑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멀티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그 결과체 중 하나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시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이용자 확보는 중요한 우선 과제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정 부회장은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현장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정 부회장은 전시 체험관 등을 직접 둘러봤다. 그만큼 신세계그룹 전사적으로 중요한 미션인 셈이다.
이에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가입비 면제와 할인 혜택을 내세웠다. 쿠팡과 네이버가 멤버십 규모를 키워가는 만큼, 먼저는 가입 장벽을 낮춰 외형을 키우고 빠르게 회원 1000만명을 모으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이번 6개 계열사를 시작으로 추후 또다른 내부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사 협업도 염두하고 있다. 통합 멤버십 경쟁력으로 확장성을 언급한 이유다. 신세계그룹 내에선 이마트24와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등이 멤버십 동참을 준비 중이다.
멤버십은 외부로도 확장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동통신, 항공, 금융, 게임, 배달플랫폼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과도 멤버십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외부 파트너사 포인트 스왑이나 마일리지 공통 사용 등을 구상 중이다.
강 대표는 “혜택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 오픈 플랫폼형으로 멤버십 구조를 설계했다”며 “이미 대한항공이나 KT그룹 같은 굴지 브랜드들과 멤버십 협의를 거의 완결 지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멤버십 출시와 함께 디지털 유통 시대에 대응하는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 세세한 욕구에 맞춘 온오프라인 멀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엔 G마켓이 있다. G마켓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혁신으로 ‘초개인화 메가플랫폼’이 되겠다고 발표했다.
전항일 G마켓 대표는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관계사 중 아직 상품과 서비스들이 온라인화 되지 않은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이를 SSG닷컴과 함께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디지털로 확장해 3년 내 20조원 거래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역량을 통합 운용해 다양한 사업자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정기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B2B 사업을 확장한다. 이미 G마켓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대상 B2B 분야에서 더 나아가 선물·판촉물 시장, 50조원 규모 외식 식자재 시장 등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약 2조원 규모인 B2B 매출을 장기적으로 5조원까지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또한 그룹 전체 거래액 규모를 5년 내에 현재보다 50% 이상 키우겠다는 다짐이다.
강희석 대표는 “사람들이 각각 유통 플랫폼에 기대하는 바가 명확한 만큼, 신세계그룹이 가진 다양한 플랫폼들에 독특한 역할을 부여하고, 고객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원하던 동일한 혜택 받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 결과 멀티 플랫폼을 횡적으로 묶는 멤버십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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