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광도시 아냐?"…카탈루냐, '인터배터리' 등장한 이유는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 조안 로메로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장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6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으면서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우리나라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외 477개사가 1400부스를 꾸렸다. 주관사 중 하나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65명의 해외 바이어가 방문해 80여개 한국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상담 규모는 전년대비 380% 증가한 460여건에 달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행사 기간 중 생뚱맞아 보이는 한 곳이 있었다. 크진 않았으나 빨간색 간판으로 눈길을 카탈루냐 무역투자청 부스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행정구역 중 하나다. 여행지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지로나, 례이다, 타라고나 등 4개주로 이뤄진다. 스페인 내 또 다른 나라로 불릴 정도로 국가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약 20%를 차지한다. 카탈루냐 GDP는 2241억2500만유로(2020년 기준)로 포르투갈보다 높고 핀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광 사업이 주요 수입원이기는 하나 카탈루냐에는 약 9000개의 외국 기업 자회사가 설립될 만큼 경제적인 영향이 상당하다.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은 이들의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40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차렸고 한국에는 서울 종로구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 지원을 하는 등 관련 업체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3’이 지난달 개최되기도 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어 해당 부문 강국인 한국을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이번 인터배터리 2023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안 로메로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장<사진>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에 전기차, 반도체 등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카탈루냐 투자를 위한 부지 선정, 인재 채용 등 전반적인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스페인에 공적자금지원 프로젝트 자금 700억유로(약 98조원)와 페르테를 통해 전기차와 2차전지 제조 및 관련 밸류체인 기업 대상으로 30억유로(약 4조2000억원) 지원금을 책정한 바 있다. 페르테는 EU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과 친환경 전환을 위해 전략 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카탈루냐에 배터리 소재인 동박 공장을 짓기로 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도 페르테 명목으로 25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로메로 청장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투자는)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공장은 2024년부터 3만톤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라며 “서울 사무소가 관리 중이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EU 등 지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탈루냐에는 스마일게이트, 미원스페셜티케미칼, SK글로벌케미칼 등이 자리를 잡았다.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은 앞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내 한국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로메로 청장은 “자동차산업은 카탈루냐 GDP의 8%를 넘어선다. 사일런스(전기스쿠터), 이디아다(자동차 성능시험), 비테크(전기차), 월박스(전기차 충전기) 등 관련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설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중 사일런스는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며 비테크는 일본 닛산이 철수한 공장 부지 일부를 생산기지로 삼았다.

이어 그는 “카탈루냐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활동을 하는 12개 기술센터와 반도체 관련 교육을 하는 6개 대학이 있다. 자동차, 로봇 공학 등 생태계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업종의 업체 투자를 대응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향후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현지 기술력과 생산력, 전기차 산업에 대한 열정과 지속 가능성 등을 알릴 계획이다. 청 관계자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자동차 생산의 17%를 담당한다. 정부 주도하에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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