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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쏘카는 ‘유니콘 특례상장 1호’가 아니다?

이안나
- 2021년 시총 단독 요건 도입 등 코스피 상장 규정 완화
- 쏘카, 매출·시총 조건 갖춰 상장…“특례상장 아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었다. ‘대어’로 언급되던 기업들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은 13개로 역대 최고치다. 이런 와중 지난해 시장 우려를 딛고 IPO 완주를 마친 기업이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다.

그런데 쏘카 상장과 관련해 일각에서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쏘카가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이라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쏘카는 유니콘 특례상장과 큰 연관이 없다. 쏘카 측은 “특례상장이 아닌 코스피 외형성장 조건에 맞춰 상장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국내 IPO로 상장할 수 있는 시장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이 있다. 유가증권시장 종합주가지수를 코스피지수라고 부르면서, 유가증권시장을 코스피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코스피에 상장하려면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장외 주식거래 시장인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곤 한다.

‘유니콘 특례상장’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한국거래소가 2021년 3월 코스피 상장요건을 완화하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에서만 허용하던 시가총액 단독 상장요건을 코스피 시장에도 도입했다. 여기에 ‘시가총액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 요건은 ‘시가총액 5000억원·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기도 했다.

이는 유니콘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었다. 코스피 상장요건 완화 내용 중 업계에서 주목받았던 건 시가총액 단독요건이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면 다른 재무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성장성을 보고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엔 이미 시가총액만 보는 단독 기준이 있었지만 이같은 조건이 코스피 시장에도 적용된 것이다.

단 코스닥에선 기술성장기업에 한해 기술특례상장, 성장성 추천 및 이익미실현 기업 특례 등 별도 트랙이 존재한다. 반면 코스피 시장에선 ‘상장 특례’ 제도로 명시된 것은 없다.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같은 제도가 있지만, 코스피 시장에선 경영성과 요건을 여러 가지로 세분화했을 뿐 ‘특례’라고 붙이는 요건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비상장사 유니콘 기업들이 IPO를 할 수 있게끔 시가총액 단독 상장요건이 신설된 만큼, 이 요건에 ‘유니콘 특례상장’이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쏘카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 지난 2020년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 기업 중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 상장에 도전하게 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결국 지난해 8월 코스피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단 쏘카는 상장할 때 2021년 3월 신설된 시총 단독 상장요건이 아닌,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외형상장 조건에 맞춰 진행했다는 점이다. 코스피 상장 시 충족해야 할 경영성과 요건은 ▲매출액·이익 ▲매출액·기준시가총액 ▲이익액·기준시가총액 ▲기준시가총액·자기자본 ▲기준시가총액 단독요건 5가지로 구성된다. 상장희망 기업은 해당 법인 특성에 맞는 요건을 선택할 수 있다.

쏘카 측은 “쏘카는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조건에 충족시켰다”고 했다. 즉 5가지 요건 중 신설된 기준시가총액 단독요건이나 장벽을 낮춘 시총·자기자본 요건이 아닌, 매출·시총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쏘카를 ‘유니콘 특례상장 1호’로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쏘카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1조2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상장일엔 공모가 대비 6%대 하락률을 보이면서 8600억원대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총 단독 요건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 돼야 하는데 쏘카는 상장 신청이 승인 났을 때 이 조건이 해당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쏘카는 유니콘 기업 상장을 위한 규정완화가 아닌 기존 외형 조건을 갖추면서 상장을 완주할 수 있었다. 쏘카 상장이 의미 있는 건 유니콘 기업 중 처음으로 코스닥 아닌 코스피에 상장했다는 점이다. 연간 흑자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며 상장 초기 급락했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기존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회사를 상장시키는 건 상상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를 성장시키고 좋은 가치를 받도록 만드는 것에 자신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좀 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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