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美 빅테크 때리기 나선 EU…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전 세계에서 빅테크 규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자율규제 대신 주요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달 초 본회의를 통과한 ‘카카오먹통방지법’을 비롯해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과 ‘플랫폼 인수합병(M&A) 심사기준 강화’ 등 플랫폼 규제 리스크를 높이는 각종 방침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한국보다 한발 빨리 움직였다. 먼저 소수의 대규모 사업자(게이트키퍼)가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 경합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내년 5월부터 대상 기업들에 본격 적용한다. 빅테크에 불법 및 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 경우, 2024년 2월부터 적용한다.

단, 대규모 온라인플랫폼은 내년 9월경부터 DSA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당초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내용보다 규제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받는다.

◆DMA·DSA가 한국에 불러올 나비효과=EU가 당장 내년부터 ‘GAFA’라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현 메타)·아마존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를 펼치는 가운데, 이것이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도 업계 이목이 쏠린다. 학계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짚었다. 바로 ‘빅테크 규제강경파 인식 전파’와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 걸림돌’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플랫폼정책연구센터 김현수 박사는 “DMA와 DSA가 내년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되면, 빅테크 기업들은 이 법을 지키기 위해 행동 변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달라지는 업계 모습이나 새롭게 발견되는 문제점 등이 눈에 보일 경우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확산하는 등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강제 금지법을 통과시킨 이후, 해당 법안이 전 세계에 순차 적용된 사례가 있듯, DMA와 DSA 또한 비슷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DMA나 DSA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예측도 제기됐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DMA에 해당하는 게이트키퍼 요건을 보면 3개 이상 회원국에서 핵심 플랫폼 서비스 제공, 최근 1년간 EU 내 월간 활성 최종이용자 수 4500만명 이상 등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면서도 “DSA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DSA에 따르면 중개서비스와 온라인플랫폼 서비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따라 각각 다른 의무가 적용된다. 만약 이미 해외에 진출한 네이버라인(LINE) 같은 서비스가 DSA 적용 대상이 된다면, 투명성 의무를 포함한 여러 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인터페이스나 데이터 처리 방식 등 서비스 제공 방식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최 교수 설명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주 교수는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 당연히 관련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DMA와 DSA가 실제로 발효되면서 만들어진 공론장이 국내로 넘어온다면, 이에 따라 흡사한 국내 규제 입법이 생기게 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DMA·DSA, 한국서 적용 가능할까?=일각에선 카카오 먹통 사고를 계기로 EU DMA와 DSA 등 해외의 강화된 거대 플랫폼 규제 동향을 참고해 이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DMA와 DSA 모두 기업에 부과하는 의무사항이 많기 때문에 결국 국내 맥락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특히 EU는 미국 거대 기업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DMA와 DSA를 제정했지만, 한국은 자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 방안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따져볼 부분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사태와 연관 지어 DMA·DSA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사실상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능이라는 점 때문에 국민들이 느낀 불편이 컸던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자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사고로 그간 논의되던 자율규제를 전면 철회하기보단, 자율규제와 법적규제가 양립하며 상호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주 교수도 DMA·DSA에 카카오를 들먹이는 건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이 지속된 이유는 카카오가 서버 이중화 조치를 미흡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시장 독과점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사건으로 DMA·DSA 같은 법을 시행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9일 정부는 혁신적이고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범정부 합동대책 ‘디지털플랫폼 발전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EU DMA 등을 예로 들며 주요 국가는 소수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시장 종속성을 해소하고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친 과도한 영향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검색
·메신저·쇼핑 등에서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상황으로, 미국·EU와 다른 시장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나연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