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규제완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T커머스산업 낡은 규제 해소하고 산업진흥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전부터 TV홈쇼핑은 T커머스 규제완화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T커머스 도입 취지와 배치된다며 반발해왔다. 같은 홈쇼핑 산업에 속한 TV홈쇼핑과 T커머스 ‘불편한 동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T커머스는 TV방송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상품정보를 선택해 송수신, 상거래하는 양방향 서비스다. TV홈쇼핑과 표면적으로는 유사하게 보이지만 비실시간(VOD) 방송이라는 점, 데이터화면이 뜨고 리모컨을 활용해 상품 검색·주문 등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17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호남대에서 진행한 봄철 정기학술대회 중 ‘데이터방송, 쟁점진단’ 세션에서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데이터방송에 대한 생방송, 화면 규제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TV홈쇼핑 사업자의 T커머스 겸영에 따른 공과를 분석해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구조적 문제점을 도출, 법적규제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홈쇼핑산업을 둘러싼 칸막이식 규제를 벗어나 수평적이고 기술 중립성을 보장하는 동등규제가 중요하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생방송 금지와 화면 제한이 우선적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발제를 맡은 최재섭 남서울대 교수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T커머스는 사회·경제·기술적으론 성장요인이 있었지만, 정치·법률적 환경은 그렇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상거래 주요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더이상 홈쇼핑 사업자 구분은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찬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왔다. 규제완화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청자 시청권 침해 등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홍종배 단장은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시청자 입장에서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에 동의하며 더 나아가 TV홈쇼핑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방송으로 나아가야 홈쇼핑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준 소장은 "규제완화라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나 그 과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며 "TV홈쇼핑과 T커머스 구분 필요성에 대해 어느 방향이 더 바람직한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S 강영희 박사도 “홈쇼핑산업 내 칸막이식 규제를 해소해 홈쇼핑채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용자인 시청자가 침해받을 여지는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T커머스 규제 완화론이 등장한 이유는 최근 5~6년간 급성장하던 T커머스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커머스 업계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55% 이상 고속성장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전년대비 10% 상승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T커머스 10개 사업자 중 TV홈쇼핑을 겸영하고 있는 5곳은 개국 초기부터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단독 T커머스 사업자(KT알파·티알엔·신세계라이브쇼핑·SK스토아·W쇼핑)들은 2019년에서야 흑자를 돌입했다가 올해 다시 감소 추세다. 지속적인 산업진흥을 위해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에 TV홈쇼핑 업계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데이터’중심 방송을 위해 T커머스 도입을 허가한 만큼, 오히려 T커머스가 데이터 위주 강점을 살려 TV홈쇼핑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