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20여년간 성장해온 TV홈쇼핑이 정체기에 접어든 사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시청자들이 TV홈쇼핑과 T커머스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겪는 어려움은 홈쇼핑과 동일하지만, 개인화 추천 등 데이터 활용 서비스와 편리해진 사용자경험(UX)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스토아와 KT알파,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주요 T커머스 업체들이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규모는 약 7조원으로 전년(5조7000억원) 대비 약 22% 성장했다.
주요 T커머스 3사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외형 성장을 거뒀다. SK스토아는 1분기 매출액 8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성장했고 KT알파 커머스 부문(K쇼핑)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3.4% 증가한 808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같은 기간 매출액 6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5% 신장했다. CJ온스타일과 GS샵, 롯데홈쇼핑 등 주요 TV홈쇼핑 1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한자릿 수에 그치거나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T커머스는 TV 방송을 보며 리모컨 등 기기를 활용해 다수 상품 검색 및 주문·결제가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TV홈쇼핑과 차이는 있지만 실상 시청자 체감 정도는 지극히 작다. TV홈쇼핑과 T커머스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가 대다수인 이유다. 특히 2018년 이후 화면 비율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됐다.
T커머스 업계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송출수수료 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TV(IPTV) 활성화와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4~5년간 꾸준히 성장한 건 맞지만 이젠 그 성장폭이 전처럼 가파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서우람 한국T커머스협회 팀장은 최근 신규 T커머스 도입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T커머스 시장이 연평균 55% 고성장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2015년도 개국 후 업체들이 많아지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증가분일 뿐, 올해 1분기 매출성장률은 10%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T커머스 업계는 고유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된 유통 채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이다. 동시에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강화하며 신규 수요층을 늘리고 있다.
전날 KT알파는 T커머스 채널 ‘K쇼핑’ 브랜드명을 다음달 1일부터 ‘KT알파 쇼핑’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KT그룹과 연계한 브랜드명을 붙여 채널 인지도와 고객 신뢰도를 함께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T커머스 고유 영역인 TV앱 메뉴에도 변화를 준다. 기존 상단 가로형에서 좌측 세로형 구조로 변경, 포털 사이트 검색 경험과 유사하게 했다. 7월부터 간편결제 시스템 ‘알파페이’가 도입된다. 터치 한 번만으로 결제 진행이 가능해진 셈이다.
SK스토아도 지난달 한층 더 개선한 V앱 ‘스토아온(ON) 2.0’을 선보였다. TV에서도 온라인몰처럼 개인화 서비스가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SK스토아는 유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적용한 알고리즘 방식을 가져왔다. 생방송으로는 불가능한 10초 단위 ‘시간 탐색’과 테마별 ‘영상 탐색’ 기능도 지원한다. 가령 넷플릭스에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받고 방송을 중단한 곳부터 이어볼 수 있는 것처럼, SK스토아 TV앱에서도 유사하게 만들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TV사업 안정화를 토대로 모바일 담당 조직을 확대·신설해 모바일사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지난 1월 법인명을 신세계TV쇼핑에서 변경했다. 특히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라이브쇼핑을 인수하면서 백화점과 T커머스 채널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다액출자자변경신고를 승인하고 지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업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새로워진 브랜드 CI와 BI 등도 공개한다.
T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화면이 줄어들고 TV앱 등 메뉴가 뜨니 불편하게 느끼기도 했다”며 “다만 그 부분이 TV홈쇼핑과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TV앱이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차별점을 두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